양말의 고급화를 선언한 ‘VOV SOX’
VOV Trading 오기환 대표
양말은 잡화의 일부이다. 최근 들어 뷰티서플라이에서 잡화의 중요도가 커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양말이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한 편이다. 하지만 낮은 비중에 비해 그동안의 가격 경쟁은 치열했고 결국 저렴한 제품만 살아남았다. 양말은 저렴해야 하고 품질과 디자인이 부족해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여기, 비주류인 양말의 고급화를 선언한 이가 있다.
찬 바람이 부는 어느 날, 범상치 않은 스타일의 VOV Trading 오기환 대표(이하 오 대표)를 만나 보았다. 오 대표 스타일의 비밀은 패션 관련 디자인 전공에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도 패션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그는 전국 뷰티서플라이에 8년간 꾸준히 선글라스를 공급하고 있으며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소매점에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그가 갑자기 양말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VOV에서 지향하는 ‘고급화된 양말’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끊임없이 궁금증을 자아내는 오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대비 없이 찾아온 위기
오대표를 뷰티서플라이 업계로 이끈 건 8년 전, 선글라스 사업이었다. “세계 패션쇼 트렌드에 착안하여 스타일은 비슷하지만 뷰티서플라이 고객층에게 맞는 선글라스를 선별해서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잘 팔렸었죠. 사업을 시작한 지 6년 정도 되었을 때, 갑자기 팬데믹이 터졌어요. 당시 뷰티서플라이 매장들은 물량 부족으로 더 많은 제품을 공급받기를 원했지만, 계약한 중국 공장에서 그 물량을 맞추기 힘들어했어요. 게다가 한 달 걸리던 납품일이 3개월을 넘어가기 시작했죠. 정말 당황스럽고 속상한 순간이었습니다. 재고가 충분치 않아서 더 걱정이었어요. 저희가 이런 사태에 대비를 못 했던 거죠. 그때 들어온 주문을 다 수용했다면 지금 회사는 3~4배쯤 성장해 있었을 겁니다.”
대안이 되었던 비오비 양말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오 대표는 대비 대신 대안이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국에서 제품을 100% 생산해온 것이 문제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공급 업체를 알아보기 시작했죠. 팬데믹 이후 동남아시아에 진출하시는 분들도 많아졌지만 곧이어 문제점들이 들려오더라고요. 고민하던 차에 다른 일로 한국에 가게 되었는데, 여기저기서 팔고 있는 양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정말 잘 팔리는 것 같았어요. 미국에 돌아오니 품질 좋고 디자인도 뛰어난 한국의 양말 제품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선택하게 되었어요. 제2의 아이템은 한국에 공장을 둔 비오비 SOX가 되었죠.”
쉽지 않았던 개발 과정
제2의 아이템 선정 후 오 대표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양말 시장 조사를 했다. 한국에서 전국을 직접 돌며 공장을 찾고 동대문 시장부터 압구정 백화점을 오가며 질 좋은 제품을 선택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한국에는 장인정신이 살아있는 공장들이 많았어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양말 하나를 만들어도 디자인과 품질을 놓치지 않으려는 공장 직원분들을 보고 이거구나 싶었어요. 신중히 공장을 선택한 후 한국에서 잘 팔린다는 디자인의 샘플을 미국에 가지고 돌아왔어요. 선글라스를 납품하는 길에 뷰티서플라이의 흑인 직원분들을 모아 놓고 양말 품평을 듣기 위해서였죠.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흑인 취향이 아니다, 너무 비싸다, 하나도 안 팔릴 것이란 말까지 들었으니까요.”
부정적인 반응을 들은 오 대표는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포기가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였다.
뷰티서플라이에 고급화된 양말이 필요한 이유
“양말은 생각보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어요. 편안함을 위해 신기도 하고 습기를 조절해 발을 보호해 주기도 합니다. 우리가 꼭 품질 좋은 양말을 신어야 하는 이유지요. 그리고 스타일을 완성해 주는 중요한 의류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옷을 잘 입어도 양말이 안 어울리면 전체적인 패션의 균형이 잡히지 않으니까요. 그날의 옷에 따라 올바른 종류와 품질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렇게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고 내 몸에 오랫동안 닿는데, 가격이 싸다고 질 낮은 제품을 사용하시겠어요? 요즘 소비자들은 점점 현명해지고 있습니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아무 제품이나 사지는 않죠. 이제는 뷰티서플라이에서도 현명한 소비자를 위한 품질 좋은 양말을 구비해야 할 때입니다.”
비오비 양말을 선택해야 하는 4가지 이유
비교적 긴 준비기간과 반복된 검증 과정을 통해 드디어 올해부터 뷰티서플라이에 양말 납품을 시작했다. 오 대표는 소비자들이 비오비 양말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다음 4가지 이유를 피력했다.
1. 색상과 재미의 창의성 – 컨셉디자인 양말
“Value of Visual Socks. 저희는 제품 하나하나의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양말의 패턴과 색 배열을 중요하게 생각하죠. 창의적인 디자인을 두고 한국 공장과 소통하며 직접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많은 어려움이 생기고 또 많은 시간이 있어야 하는 작업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직접 디자인할 생각입니다. “
2. 새로운 품질- 메이드 인 코리아
“저희 양말은 품질이 매우 좋습니다.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은 한국의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면(cotton) 함량은 85% 이상 높였습니다. 또한 최첨단 기술 과정을 통한 직조공정으로 더 부드럽고 더 튼튼한 제품을 생산합니다.”
3. 나만의 스타일 –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양말
“양말에도 트렌드가 있습니다. 색만 골라 구입하던 시대는 지났죠. 양말도 패션에 일부로 디자인에 민감한 고객이 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인종에 관계 없이, 디자인에 관심이 많고 민감한 층을 타깃으로 삼고 있어요. 선글라스와 마찬가지로 양말도 뉴욕이나 파리, 영국의 패션 동향을 살피며 트렌드를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양말을 다양한 스타일과 믹스매치하여 자신을 표현하려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드릴 것입니다.”
4. 부드럽고, 튼튼한 기능적 소재 – 착용감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디테일한 제조공정의 혁신으로 기존의 제품에서의 단점을 최대한 보완하였습니다. 신축성, 늘어짐, 건조 후의 수축감 등을 최고급 원사의 품질로 보완, 착용감을 극대화하였습니다.”
뚜렷한 장점 때문일까? 런칭한 지 얼마되지 않은 비오비 양말은 벌써 재구매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한 소매점에서는 양말 2켤레를 사갔던 고객이 바로 다음 날 와서 선물할 거라며 7켤레를 담아갔다고 한다.
디자이너+디자이너는?
비오비를 승승장구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비밀이 있다. 인터뷰 중에도 묵묵히 오 대표의 옆을 지키는 그의 아내 전혜숙 팀장이다. 전 팀장은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으며 세련된 스타일의 소유자였다.
“저는 광고 회사 팀장으로 패션 카탈로그를 제작했습니다. 후에 디자인 회사도 운영했죠. 당시 인기가수였던 컬투 삼총사와 피노키오 등의 앨범을 디자인하기도 했고요. 제 아내는 15년간 잡지사에서 근무했는데 편집장까지 오를 만큼 실력이 좋은 디자이너였어요.”
부부의 디자이너 경력이 24년이나 된다니 비오비의 제품 디자인이 남다른 이유를 찾은 것 같다.
“IMF 이후 저의 디자인 사업이 어려워졌습니다. 아내는 계속 디자인 관련 업무를 놓지 않았지만, 저는 생계를 위해 세일즈맨을 시작했죠. 미국으로 오면서 앞서 말한 일들을 겪는 동안 아내의 역할이 정말 컸습니다.”
계속 함께 일을 하면 부부끼리 의견 충돌이 생기지 않느냐는 짓궂은 질문에 오 대표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저희는 의견 충돌이 거의 없는 편입니다. 저는 현장을 돌아다니며 제품 관련한 일을 주로 하고, 아내는 총괄적인 디자인 업무를 담당해서 로고, 패키지, 디스플레이 디자인 등을 전담합니다. 각자가 맡은 부분은 서로 존중해 주고 밀어주고 있으니 충돌이 생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신제품의 선택은 함께하려고 합니다. 함께 공부하고 의견을 나누고요. 아주 잘 맞는 소중한 파트너인 것 같습니다.” 디자이너+디자이너의 답은 완벽한 제품이 아닐까?
앞으로의 계획
“유행은 너무나 빠르게 지나갑니다. 그만큼 없어지는 제품이 많아진다는 뜻이겠지요. 저는 유행,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제품을 많이 생산하기보다 매출이 줄더라도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 고객들을 만족시키고 싶습니다. 그러므로 저희는 1년에 출시되는 트렌디한 신제품 수가 가장 많은 회사가 될 것입니다. 제품이 식상해지는 순간 회사도 식상해질 수 있으니까요. 또 저도 식상한 디자인은 싫기 때문입니다.
또한 트렌드 공부만큼 고객들과의 소통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유명 디자이너들이 이끄는 트렌드와 뷰티서플라이의 트렌드가 함께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앞으로도 직원을 고용하기보다 제가 직접 움직여 고객의 소리를 들을 계획입니다. 고객의 니즈(needs)를 파악해야 더 좋은 신제품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비오비에서는 품질 좋고 디자인 좋은 제3의, 또 제4의 제품이 나올 계획입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말로는 부족하지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Special Thanks!
“뷰티서플라이에 처음 들어갔을 때부터 지금까지 저에게는 고마운 분들이 너무도 많이 계십니다. 한 사람씩 다 이름을 적었으면 하지만 그건 어렵겠죠? 8년 동안 비오비를 믿고 지원해 주시는 고객분들과 소매 점주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