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4호점으로 새 출발
조지아주 햄튼시 ‘필 더 뷰티’
조지아주 남서쪽에 위치한 햄튼시, 과거 한인들이 꽤 밀집해 살던 존스보로보다 조금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야 하는 곳이다. 하이웨이를 빠져나와 조금 달리다 보면 멀리서도 훤히 보이는 큰 건물 하나가 보인다. 꽤 규모가 있는 단독 건물, 널찍한 주차장 시원한 입구…이곳은 지난해 4월 문을 연 ‘필 더 뷰티’ 소매점이다.
필 더 뷰티 햄튼점은 박성현 사장의 네 번째 매장이다. 박 사장은 현재 이 소매점을 포함, 뷰티월드 두 곳, 필 더 뷰티 두 곳을 운영 중이다.
오픈 시간은 10시, 문을 열기도 전인 9시 40분부터 몇몇 손님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차에서, 문밖에서 가게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기분 좋은 미소로 입장하는 이들을 따라 매장으로 함께 들어섰다.
매장은 밝고 깨끗했다. 1만 2000스퀘어 피트 규모, 크기에 비해 물건이 많아 보였지만 어느 한 곳 지저분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 카테고리별로 가지런히 정돈된 여러 제품들이 손님들을 맞이했다. 밝은 조명으로 매장 전체가 환하고 깨끗해 보였다. 각잡힌 물건들, 반짝반짝 빛나는 매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청결한 매장의 비결
오픈과 동시에 분주히 움직이는 매장 직원들을 보면서 “소매점이 이렇게 깔끔한 데는 이유가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크지 않은 매장을 지키는 직원들은 파트타임까지 15명, 생각보다 많은 숫자였다. 이들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경력만 20년의 베테랑 매니저는 매장을 둘러보며 이곳저곳 부족한 점이 없는지 살뜰히 살폈고 직원들은 익숙하게 매장을 정리하고 손님들을 맞았다. 박성현 사장도 직원들과 함께 분주히 움직였다. 먼지 하나 없는 깨끗한 매장을 만들기 위해 너 나 할 것없이 협동하는 모습이었다.
안전, 미관까지 고려한 스마트한 내부 인테리어
그냥 깨끗한 매장인 줄만 알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곳곳에 신경 쓴 흔적이 가득했다. 사소한 공간에도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뷰티서플라이는 흔히 공간 대비 많은 물건을 배치해두기 때문에 조금만 흐트러져도 지저분해 보이기 십상이다. 또 가득 차 있는제품들 때문에 가게가 다소 칙칙하고 어두워 보일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뷰티서플라이는 좀도둑들의 범행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필 더 뷰티 소매점은 이런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대비했다는 느낌을 줬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투명한 센서 감지 안테나, 그리고 함부로 끌고 나갈 수 없도록 긴 봉을 매단 카트들, 계산대에서 매장 전체가 훤히 보일 수 있도록 한 설계, 곳곳에서 열일 중인 감시 카메라 등 보안이 철저했다.
공간을 잘 활용한 물건 정리도 눈에 띄었다. 살짝 기울어진 선반은 헤어 제품들을 여러 개 꽂아넣고도 반듯하게 보일 수 있게 했고 케미컬 제품들을 유리 선반 위에 두어 비교적 아래 놓여 있는 물건들까지 밝고 선명하게 보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매대의 높낮이를 다르게 해 앞에서 봤을 때 앞과 뒤의 물건들이 한눈에 들어올 수 있게 만들었다.
매장의 약 35% 정도를 차지하는 헤어 제품들의 정리 방법도 시선을 끌었다. 제법 가격이 나가는 헤어 제품들은 계산대 옆쪽으로 배치하고 길이가 제법 되는 제품들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가발을 씌워둔 헤어 마네킹들을 이를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는 높이에 진열했다.
매장을 둘러볼수록 느껴지는 전문가의 향기~ 사장님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영업 비밀이요? 운이 좋았어요”
작은 체구에 포근한 인상을 가진 박성현 사장은 뷰티월드라는 소매점 두 곳, 필 더 뷰티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 오픈한가게는 ‘뷰티월드’였는데 당시 뷰티의 월드를 만들고 싶었던 마음을 담아 이름을 지었다. 그리고 뷰티월드를 오픈하고 운영해오다 보니 조금은 뷰티의 느낌을 알 것 같아서 이를 반영해 필 더 뷰티라는 소매점을 열었다.
장사 잘 되는 4곳의 소매점들의 영업 비밀을 물었다. 필 더 뷰티 햄튼점도 오픈 즉시부터 입소문을 타고 금세 인기를 얻었기에무언가 특별한 비밀이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박 사장은 “그런 건 없어요” 라고 답했다. 비즈니스 성공 비결이 따로 있냐는 질문에는 “운이 좋았다”는 말이 되돌아왔다.
사실 박성현 사장은 한국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임상병리사로 일했었다. 지금의 업종과는 완전히 다른 일을 하던 그가 이 업계에 뛰어든 것은 미국 이민 후였다. 결혼 후 칠레에 주재원으로 가게 된 남편을 따라 처음 외국 생활을 시작한 박 사장은 그곳에서 4년을 살면서 아이들을 키웠다. 한국으로 돌아갈 때가 됐지만 외국에서 살던 아이들이 한국에 가서 적응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미국으로 가기로 마음을 바꿨다.
2003년, 한국에서 한참 잘 팔리던 매직 스카프를 들여와 플리마켓에서 팔았다. 불티나게 팔린 이 스카프로 박 사장은 자신감을 얻었다. 그다음 아이템으로 선정한 속옷까지 대박을 치면서 장사 밑천을 만들었고 뷰티 서플라이에서 매니저로 3년간 일한경력까지 더해져 이민 온 지 5년 만에 뷰티 소매점을 인수했다.
처음 소매점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자녀들은 모두 어린 나이였다, 가게에서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딸이 처음 배운 영어가 심지어 “May I help you?”였다고 하니 그 삶이 얼마나 치열했을지…그렇게 아이들을 키우면서 조금씩 비즈니스를 키워나갔고,이번 4호점까지 열게 된 것이다. 박 사장은 열심히 살아온 자신을 칭찬하는 대신 운이 좋았다는 말로 그간의 고단함을 덜어냈다.
경영철학은 ‘직원 중심’…”식구처럼 여기는 것”
큰 어려움 없이 소매점을 운영해왔지만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박 사장은 “직원이죠”라고 답했다. 16살 때부터 데리고 있던 오랜 직원이 가게 물건을 훔쳐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친구를 신고하진않았지만 가게에서 내보내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했다.
가게 물건이 분명히 맞는데 남자친구가 사줬다며 가발을 쓰고 온 그 직원을 마주할 때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딸같이 생각하던친구가 매장에서 물건을 훔치는 모습을 결국 다른 도둑 손님을 잡기 위해 돌려본 cctv에서 보게 됐고 결국 그 직원한테 “경찰에 보내진 않겠지만 이제 매장에서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널 보는 것이 힘들다”라고 말하고 집으로 돌려보냈다며 지금은 일자리도 찾고 잘 살고 있는 친구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여전히 힘들다고 박 사장은 쓰게 웃어 보였다.
박 사장의 경영철학은 확고했다. “제 가게라고 생각하지 않고 직원들을 부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식구같이 여기는것”…그동안 여러 직원들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에 대한 불신보다는 믿음과 애정이 가득했다. 다른 지점에서 10년째 일하고 있는 흑인 매니저에게는 자동차도 선물했다. 박 사장은 “그 친구가 있었기에 다른 지점을 셋업 할 수 있었다”며 무한한 믿음을 드러냈다.
그래서일까? 함께 일하는 매니저는 매장의 장점을 소개해 달라는 말에 박성현 사장에 대한 이야기만 가득히 전했다. 그러고보니 매장에 누구 하나 찡그리고 짜증 내는 사람이 없었다. 박 사장은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늘 “하나 더 주자”라고말하는 남편 덕분이라고 했다.
이제는 함께, 가족 비즈니스에 동참한 아들
매장에서 묵묵히 궃은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한 청년을 만날 수 있었다. 박성현 사장의 아들이었다. 미군으로 근무하다 작년부터 가족 비즈니스에 함께하게 됐다. 어린 시절 가게를 운영하는 바쁜 엄마를 지켜보면서 자란 그였다. 분주하게 사느라 정신없이 지나버린 시절들을 보상이라도 하듯, 아들은 엄마의 가게로 돌아왔다.
선한 미소를 그대로 닮은 모자,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원하는 것을 금방 파악하는 찰떡 케미, 박성현 사장은 아들과 일을 하고 나서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한 달에 한 번 여행도 함께 다니고 함께 출근하고 퇴근하는 일상이 과거 많은 일들을 함께 하지못했던 이들 모자에게는 소중한 선물 같은 시간이다.
장사하느라 정신없이 바빴던 엄마와 함께 밥을 먹기 위해 9시에 퇴근하는 엄마를 기다렸다가 저녁식사를 10시에 했던 그 어린아들은 어느새 자라 엄마의 일을 덜어줄 만큼 성장했다.
치과대학에 합격했지만 어머니 곁에 남기로 결정한 청년, 감각 있는 어머니의 센스와 성실함을 그대로 물려받아 오랜 경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소매점에서 많은 역할을 해내가고 있었다.
박성현 사장은 비즈니스 성공 비결에 대해 묻는 질문에 “운이 좋았죠”라고 답했지만, 분명 그것만은 아니었다. 힘든 시간을 함께해 준 든든한 가족들, 박성현 사장의 남다른 감각과 안목, 직원들을 대하는 진실한 태도, 그리고 이민 온 후 한시도 놓지 않고 성실하게 임한 자세, 그리고 꼼꼼함으로 무장한 완벽에 가까운 매장관리까지…필 더 뷰티는 이 모든 것들이 만들어 낸 집합체였다. 잘 되는 소매점은 이유가 분명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