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으로 전문성을 갖춘
브루클린 가발 명소 Wig N Color
브루클린의 L 트레인 종착역과 여러 버스 노선의 종점이 만나는, 그야말로 “목 좋은 곳”에 위치한 위그 앤 컬러. 매장 맞은편에는 넓은 주차장이 있어 접근성도 탁월하다. 그래피티로 꾸며진 간판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며, 요즘 보기 드문 가발 전문 매장으로 알려져 많은 이들의 발길을 잡는다. 같은 스트리트 라인에 5개의 한인 뷰티서플라이 매장이 있지만 위그 앤 컬러는 자신만의 강점을 집중적으로 발전시키고, 그 어렵다는 가발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며 차별화를 두었다. 윤보현 사장을 만나 그의 사업 여정과 가발 전문 매장이 갖고 있는 가발 판매 노하우에 대해 들어보았다.
F1 비자(학생 비자)로 시작해 비즈니스 오너가 되기까지
윤보현 사장은 경영정보시스템(MIS)과 회계가 주목받는 시기였던 2001년, 대학원 과정을 위해 미국 중서부 지역의 콜로라도에 왔다. 그는 이미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15년간 직장 생활을 했던 30대 후반의 장년이었다. 집안의 장남이라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었지만 뉴욕으로 학교를 옮기는 것을 고민하던 중 아내가 뉴욕에서 직장을 얻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미국에 정착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는 뉴욕에서 정착을 준비하며 뷰티 시장 전망이 밝다는 이야기를 듣고 홀세일 회사에 취업했다. 회사를 다니다가 1년 반이 지난 시점에 퇴사를 하고 브루클린에 자신의 가게를 열었는데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때 엄청 후회했어요.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배워야 할 게 많았고, 리테일은 또 달랐습니다.” 그 시절의 어려움을 떠올리며 비슷한 과정을 겪는 사람을 만나면 조언과 실질적인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는 윤 사장은 “모두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된다”고 말한다.
위그 앤 컬러의 시작
처음 시작한 가게는 뉴욕과 가까운 브루클린의 플랫 부시에 있었다. 그곳에서 15년 가까이 뷰티서플라이를 운영했는데, 당시 그 지역은 미국 내에서 흑인 밀집도가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였으며 근방에만 20개의 뷰티서플라이 매장이 있었다. 매 블록마다 뷰티서플라이가 마주 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3~4년 사이에 렌트비가 두세 배로 급격히 상승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부동산 가치 상승과 함께 세금도 오르며 지역 주민들이 떠나기 시작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이 그 지역을 떠났어요. 가게를 소유한 분들도 고객이 줄어 다른 비즈니스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 때 마침 교통과 환경이 좋다고 알려진 현재의 장소가 높은 렌트비 때문에 공실 상태였고 오랜 고민 끝에 약 5년 전 이곳으로 옮겼다. 이 지역은 대부분 흑인 이민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문직이나 공무원처럼 수입이 일정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 그러나 지역 사회가 특정 민족으로 편향되지 않기 때문에 두드러지는 특징이 없어 장사하기 어렵다고 윤 사장은 덧붙였다. “모든 것을 갖출 수는 없고, 공간이 한정되어 있으니 필요한 손님을 맞추는 전략으로 바꿨습니다.”
가발 전문 매장 위그 앤 컬러만의 전략 포인트
가발에 초점을 맞춘 사업 방향성을 반영해, 가게 이름도 기존의 ‘뷰티 클럽’에서 ‘위그 앤 컬러’로 변경했다. 현재 매출의 70%가 순수 가발 판매에서 발생하며, 가발 스타일링에 관련된 헤어 제품까지 포함하면 전체 매출의 85%를 헤어 관련 제품이 차지한다. 윤 사장은 “뷰티 품목들은 판매가 오르락내리락하지만, 평균을 내보면 비슷합니다. 하지만 가발은 날씨나 주변 환경에 따라 판매가 큰 차이를 보여요. 하루에 하나도 팔지 못할 수도 있는 게 가발입니다”라고 설명한다. 그는 가발 판매가 어려운 이유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가발에 대해 잘 모른다. 둘째, 재고 부담이 크다. 셋째, 많은 공간을 차지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윤 사장은 과감한 결정으로 다양한 시도를 했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는 데 성공했다.
1. 공간 배치의 혁신
위그 앤 컬러의 스타일링 스테이션은 가게 앞 쪽에 있다. 흑인 고객들이 가발을 벗고 쓰는 과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일반적인 뷰티서플라이에서는 스테이션을 보통 뒤쪽에 두지만 윤 사장은 오히려 개방적인 접근을 택했다. 과감하게 스테이션을 앞쪽으로 이동시켜 스타일링 과정을 손님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하고 편하게 질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2. 원스톱 서비스 제공
위그 앤 컬러에서 가발을 구매한 고객은 직접 스타일링을 하거나 살롱을 따로 방문할 필요 없이 모든 과정을 한 번에 가게에서 해결할 수 있다. 헤어 스타일링 뿐만 아니라 어울리는 메이크업이나 쥬얼리를 매치하여 원하는 스타일링을 그 자리에서 완성하는 재미를 제공한다. 이 원스톱 서비스는 매장 구글 리뷰에서 자주 언급되며 극찬을 받고 있는 서비스이다. 덕분에 고객 1인당 가게에서 소비하는 지출 금액이 증가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3.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
위그 앤 컬러에서는 사장과 직원과의 관계를 비즈니스 파트너로 정의한다. 윤 사장은 장소와 최저임금을 제공하고 직원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그 대가로 서비스비와 팁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일각에서는 직원이 자기 이익에만 집중할 것을 우려하지만, 윤 사장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여 신뢰를 바탕으로 원활한 협력을 끌어내고 있다. 스타일링 작업 중 새로운 손님이 들어오면 기존 작업을 멈추고 매장 손님을 먼저 케어하도록 우선권을 설정했다.
4. 트렌드 관리
케미컬 제품과 달리 가발은 트렌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케미컬 제품은 재고가 떨어지면 쉽게 주문하고 리필할 수 있지만 가발은 그렇지 않다. 인기 있고 잘 나가는 가발은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며 재주문이 거의 불가능하다. 트렌드를 잘 알고 미리 주문해야 필요한 가발을 확보할 수 있다. 흑인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는 눈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가발이 고객들에게는 다르게 보일 수 있다. 고객과 가까운 직원이 고객들이 원하는 스타일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가발을 준비하는 것이 트렌드를 따라가는 방법 중 하나이다. 또한 손님 중에 들어왔다가 그냥 나가는 경우, 그들이 찾는 것이 있는데 말하지 않고 떠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물어본다.
5. 정직한 가격 정책
요즘 가발을 잘 판매하는 핵심은 정직한 가격 정책이다. 윤 사장은 예전처럼 저렴하게 구입해 높은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고객들이 가격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음을 인지하고, 적정 수준의 이윤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6. 철저한 재고 관리
윤 사장은 약 1000개의 마네킹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로 잘 팔리는 위그 스타일은 약 60가지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나머지 가발은 이를 보완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가발은 다양한 색상과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잘나가는 물건만 취급하다 보면 선택의 폭이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래서 그는 재고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잘 나가지 않는 가발은 과감히 세일로 처리하고, 필요 없는 재고는 빨리 정리하는 것이 주인의 할 일이라고 말한다. 가발은 단순히 재고를 쌓아두는 것만으로는 판매되지 않으며 끊임없이 관리하고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발을 더 전문화하는 것이 목표
윤보현 사장은 가발을 더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가게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래서 뷰티 시장이 어려워지고 가발 전문점이 줄어드는 상황에 차별화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그의 결단력 있는 선택과 집중은 뉴욕의 높은 임대료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가게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