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알아야할 소매점 재고 관리
2부. 적정재고 유지하기
작년 연말, 미국 대형 소매체인들은 앞다투어 ‘역대급 세일’을 실시했다. 유례없는 재고 증가 사태로 인해 마진율 하락을 감수하고서도 쌓인 재고 떨이에 나선것이다. 이처럼 대형 업체도 재고 관리에 난항을 겪는다. 하물며 작은 소매점의 경우 실패한 재고 관리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지난달 소매점 재고 관리 1부(묵은 재고 정리하기)에 이어 이번 달에는 내 가게의 ‘적정재고’를 찾는 방안을 소개한다. 효율적인 재고 관리를 통해 가게는 가볍게, 매출은 묵직하게 바꿔보자.
BY BNB MAGAZINE
2023 재고 관리의 관건은?
지난 2021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예상되는 미국 주요 소매업체의 재고 추이는 하나같이 가파른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아래 그래프 참조) 대형 소매업체들이 때아닌 재고 처리에 비상이 걸린 원인은 바로 과도한 물량 확보 때문이었다. 팬데믹으로 공급망 난항을 겪은 기업들이 재고를 넉넉히 쌓아놓은 가운데 물가 급등으로 소비 둔화가 이어지면서 당초 예상만큼 상품이 팔리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연말 쇼핑 시즌, 타개책으로 내놓은 ‘빅 세일’은 기대한 효과를 거두었을까?
결론을 말하면 NO! 블랙프라이데이의 온라인 매출은 91억 달러가 넘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미국 전체 소비는 쇼핑 대목인 11월과 12월에 오히려 줄었다. 소비자들은 지갑을 굳게 닫았고, 결국 기업들은 해 넘긴 묵은 재고들을 무겁게 안은 채 새해를 출발하게 되었다.
뷰티서플라이 업계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 대형 뷰티서플라이에서 오래 근무해온 매니저도 연말, 경기 체감을 피부로 느꼈다고 한다. “원래 땡스기빙부터 연말에 제일 바쁜데, 지난해는 제일 한가했어요. 대부분 재작년 대비 연말 매출이 반 토막 났을 거예요.” ‘이런 시기에 재고 관리는 어떻게 하시냐’는 우문에, 그는 명쾌한 현답을 내놓았다. “지금 같은 때는 재고를 안 남기는 게 최선이에요. 딱 적당한 오더를 하는 게 가장 좋죠.”
문제는 어떻게 ‘딱 적당한 오더’량을 산정하고 재고가 남지 않도록 관리하느냐에 있다. 재고가 남으면 수익성이 떨어지고, 재고가 부족하면 고객의 신뢰도가떨어진다. 가장 최소한으로, 하지만 가장 효율적으로 매출을 이끌어낼 수 있는 내 가게의 적정재고 기준을 찾는 것이 올해 성공적인 재고 관리의 관건이 될 것이다.
소매점주라면 알아야 할, 혹은 알고 있는 재고 관리 상식
재고 관리란 시장 출하 동향에 맞춰 재고를 배치하고 보충하여 수량을 컨트롤하는 관리 기법이다. 여기에는 수요 예측만 아니라 적정재고, 안전재고, 리드타임, 발주 방식 등 복잡다단한 개념들이 얽혀있다. 소매점주 대부분이 생소하다 하겠지만, 다음에서 소개되는 개념들을 살펴보면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재고 관리의 기본을 실천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재고 관리를 이론으로 배우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실무로 익혀왔기 때문이다.
– 적정재고
적정재고란 원활한 재고 유지를 위해 필요한 재고 수량을 말한다. 즉 적정재고를 정하는 일은 재고가 바닥나지 않도록 적정 수량을 정한 뒤 적정선이 떨어지지 않는 재발주 시점을 파악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적정재고는 주기재고와 안전재고의 합으로 구한다.
주기재고는 재입고되는 시점까지 예상되는 판매량에 대응하는 판매 예상 재고로, 보충 주기에 따라 일시적으로 증가했다가 점차 감소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비싼 휴먼 헤어 가발이 매일 5개씩 팔리고 공급 리드타임이 5일 걸리는 매장이 있다고 치자. 이 매장에서 휴먼 헤어 가발의 주기재고는 35개(5일재고)가 되는 것이다.
안전재고란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 등 예측하지 못한 상황으로 재고가 모두 소진되었을 때 대비할 수 있는 추가 재고이다. 여러 가지 불확실한 상황에 대비하는 ‘비축량’이라 보면 된다.
앞서 예로 든 휴먼 헤어 가발이 주문에서 배송까지 평균 5일에서 최대 7일까지 걸린다고 가정하자. 가발이 하루 평균 5개, 최대 10개까지 팔린 적이 있다면,
*일일 최고 판매량 : 10 / 최대 리드 타임 : 7 / 일일 평균 판매량 : 5 /평균 리드 타임 : 5
안전재고 수량은 (10 X 7) – (5 X 5) = 45개가 될 것이다.
이 계산을 통해 기존 재고가 모두 바닥나는 상황이 생겨도 45개의 안전재고를 통해 최대 리드 타임인 7일 동안은 넉넉한 재고로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있다.
이렇게 주기재고와 안전재고의 합으로 적정재고를 산정할 수 있다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적정재고는 고객의 수요를 기반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시장 변동에 따라 계속 변한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해주어야 한다. 공급업체(도매상)의 변화도 리드타임의 변동에 관여하므로 이러한 경우에도 적정재고를 다시 산정해야 한다. 뷰티서플라이에서 취급하는 제품 품목 수가 수천 가지인데, 그 각각의 품목별로 적정재고를 정하고 주기적으로 제품의 리드타임을 업데이트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럴 때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ABC이론
재고 관리에서 반드시 등장하는 것이 ‘ABC 분석’이다. 전통적으로 과거 판매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식이지만, 취급 품목이 많은 뷰티서플라이에서는 지금도많이들 쓰고 있다. 품목과 사이즈, 스타일 등 제품 수가 많고 복잡할 경우 중요도가 높은 상품 위주로 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ABC 분석은 제품을 간단한 3가지 범주로 구분하여 관리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 A등급: 매출의 약 80%를 차지하는 주요 품목으로 높은 수준의 관리 필요
〮 B등급: 매출의 15% 차지. 가끔 A 또는 C 수준으로 이동하므로 적정 수준의 관리 필요
〮 C등급: 매출의 5% 차지. 최소한의 관리만 한다.
실제 현장의 이야기 -텍사스주 소매점
“뷰티서플라이에서 취급하는 아이템은 상상 이상으로 많아요. 오차를 감안해도 그 제품들을 일일이 다 목록화하고 주기적으로 센다는 건 불가능하죠. 따라서매출을 많이 올려주는 잘나가는 아이템 10가지 정도만 집중적으로 파악해서 관리합니다. 그 정도가 최선이에요.”
-발주 방식
적정재고 즉 재고량을 최소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시점에서 얼마만큼의 재고를 보충하느냐’가 핵심이 된다. 이것이 발주 방식이다. 발주 방식은 발주의‘타이밍’과 ‘발주량’ 두 가지를 놓고 다음 4가지로 구분된다.
뷰티서플라이 소매점에서 많이 쓰이는 방식은 정기 · 비정량 발주이다. 주 1회, 월 1회와 같이 발주일을 정기적으로 정해놓고, 다음 발주에 앞서 1주일 또는한 달간 재고 기간의 출하량을 예측하여 발주량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발주 때마다 양을 결정하기 때문에 ‘비정량’이 된다.
여기서 문제는 ‘발주량’을 정하는 기준이다. 정확한 데이터나 예측 방법이 없기 때문에 소매점 오더 담당자의 의도대로 경험이나 감에 의존해서 결정짓는 경우가 많다. 이를 피하려면 평소에 제품의 입출고나 오더, 판매량 등을 꾸준히 살피고 기록해야 한다.
내게 맞는 재고 관리 수단 찾기
여러 가게를 갖고 있는 대형 소매점에서는 각 섹션의 관리자가 재고를 파악,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사용하거나 재고 관리 소프트웨어를 사서 운영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소형 소매점의 경우는 비용이나 인력 운용면에서 적용이 쉽지 않다. 거창한 프로그램을 쓰거나 업체를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가장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찾는 게 좋다. 내가 쓰기 어려운 프로그램이라면 직접 작성한 리스트가 더 훌륭한 재고 관리 수단이 될 수 있다.
수기 재고 관리
아주 오래된 방법이지만 가장 흔히 쓰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일일이 제품의 특성 및 수량을 파악하고 손으로 기록하는 방법은 비용도 적게 들고 누구나 할 수있기 때문이다.
단, 수기 관리 시에는 실수로 인한 오차의 가능성/ 비효율적, 시간이 오래 걸림/ 일관성 부족으로 재고 파악의 어려움 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엑셀 재고 관리
몇몇 뷰티서플라이 소매점에서는 아이템 리스트를 엑셀 파일로 만들어서 재고 조사를 하고 있었다. 이 경우 파일은 항목/ 사이즈/ 수량/ 가격이 기입되는 정도의 간단한 양식이다.
엑셀은 재고 관리에 흔히 이용되는 방법인 만큼 온라인에서도 관련 엑셀 템플릿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재고 관리용 엑셀 프로그램 작성법을 소개하는 유튜브영상도 많다. 엑셀 파일은 수기에 비해 시간은 적게 걸리지만 자동화 한계/ 오류 수정 및 추적이 어려움/ PC와 모바일이 연동되지 않음/ 파일의 훼손 혹은 분실 가능성이 단점으로 꼽힌다.
재고 관리 프로그램
비용을 들여서 프로그램을 쓴다면 적극적으로 사용법을 익혀 100%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제품마다 대부분 무료 시험 기회를 제공하므로 직접 사용해 보고선택하는 게 좋다. POS 를 쓴다면 이와 연계해서 무료/혹은 저가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들이 있으므로 유용하다.
재고 관리의 핵심: 재고는 회전해야 한다
꾸준한 재고 조사를 바탕으로 적정재고를 산출했어도 사람 심리는 자꾸 ‘이 제품은 많이 찾지 않을까? 부족한 것보다는 넉넉한 게 낫지.” 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더 팔릴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인해 소매점 오더, 도매 발주 등을 거치면서 발주량이 커지는 현상을 채찍 효과(Bullwhip Effect)라고 한다. 소비자의 실수요가 10개라면 최종에는 40개가 만들어지는 결과가 빚어지고, 이렇게 되면 소매점부터 도매상, 생산공장까지 재고가 쌓이게 된다.
소매점들을 둘러봐도 그런 점들은 눈에 보인다. 창고는 물론 화장실에까지 재고를 쌓아둔 곳도 있고 빛바랜 가발 제품들을 20년 이상 보관해온 곳도 있다. 취재한 분들 중 일찍은 나이에 입문해 뷰티 업계에 잔뼈가 굵은 젊은 사장님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수요 예측에 실패해 악성 재고로 남은 계절상품을 비롯하여 원가 이하로 팔아도 안 팔릴 재고들을 창고에 그득히 쌓아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더 이상 물건 넣을 곳이 없어 새 창고를 얻을까 고민하던 중 ‘과감한 선택’을 했다는데…
뷰티서플라이 운영에 있어 재고 관리가 가장 큰 숙제라는 사장님, 그러나 남들보다 부단히 그 숙제를 잘 해왔기에 나름의 재고 관리 팁을 공개한다.
- 정기적인 재고 파악
– 매장 재고는 1주일에 한 번, 주로 월요일에 실시한다. 주말에 빠진 것을 채워 넣기 위해서다. 요일별로 월·화는 재고 파악과 오더, 수·목은 물건을 받아 리스탁, 금·토는 주말 장사에 집중하는 식이다.
– 창고 재고는 2주에 한 번 실시한다. 창고 보관 재고는 대량 구매 시 할인 혜택이 있어 한꺼번에 구입한 제품이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서 물건을 확보해야 하는 경우에 구입한 것으로, 창고를 묵은 재고 보관 장소로 쓰지 않는다.
- 계절상품 관리
겨울용품의 경우 11월~1월까지를 주요 판매 시기로 잡아서 10월 말에 재고를 full로 채워놓고 진열한다. 땡스기빙 시즌이 지난 12월 초쯤 한 번 리스탁하고, (잘 팔리더라도) 이후에는 다시 채우지 않는다. 1년 재고 혹은 유행 지난 악성 재고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계절상품은 구색용일 뿐 매출 올리기 용은 아니다. 3월을 최종 라이프 타임으로 보고, 1월 중순부터 반값 세일에 들어간다.
- 연중행사 ‘창고 털이’
뷰티 업계는 버리는 데 유독 인색하다. 제품이 다 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뷰티 업종의 특성상 새 제품이 나오기 시작하면 새 제품이 돌아줘야 되는데, 악성재고가 창고에 꽉 쌓여 있을 경우 회전이 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과감히 비우는 게 오히려 돈을 버는 길이다.
-1차로 도네이션 센터를 먼저 부르면, 택스 리턴이라도 이득을 볼 수 있다.
-2차로 남은 것은 과감히 버린다. 1년에 한 번씩은 창고 털이를 한다.
작년의 경우 공사용 폐기물 쓰레기통 5개 분량을 버렸다고 한다. 버리는 데도 돈이 든다. 그럼에도 뷰티서플라이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재고가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결국 “잘 버리는 게 최고의 재고 관리다.” 어쩌면 이것이 재고 관리의 핵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