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휴먼 헤어 잘 팔리는’ 작지만 실속 있는 소매점 미니애폴리스 Hair plus Wig

‘비싼 휴먼 헤어 잘 팔리는’ 작지만 실속 있는 소매점

미니애폴리스 Hair plus Wig

BY JEEHYE RA

매장 입구에 주얼리를 진열해 화사한 분위기를 냈다

 

5천 스퀘어피트의 크지 않은 매장, 문을 열고 들어가니 매장 반 이상을 채운 헤어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눈에 들어오도록 크게 붙여 놓은 가발의 가격, 잠금장치 없이 오픈된 장소에 놓인 비싼 휴먼 헤어들이 자리 잡고 있는 소매점, 이는 서동선 사장이 운영하고 있는 미니애폴리스에 위치한 헤어 플러스 위그다. 상호에 걸맞게 다양한 가발과 브레이드, 위브 등 헤어 제품이 즐비한 이 매장, 서 사장이 운영하고 있는 세 곳의 가게 중 가장 실속 있고 장사가 잘 돼서 특별히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미니애폴리스 브루클린 센터 매장을 소개한다.

헤어 비중 50%, 머리 가게로 승부한다

서동선 사장은 자신의 뷰티서플라이 매장을 “머리 가게”라고 소개했다. 잡화, 케미컬 등의 제품도 물론 있지만 가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본적인 뷰티서플라이 틀을 벗어나지 않고 헤어에 집중해 손님들이 가발 등 헤어 제품을 구매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올렸으면 한다고. 다른 두 곳의 매장도 마찬가지다. 가발 마네킹을 다양하게 들여놓고, 직원들에게도 손님이 원하는 가발을 찾을 수 있도록 잘 안내하고 원하는 손님에게 레이스를 잘라주는 등 친절한 서비스를 당부하고 있다. 헤어 플러스 위그의 구글 리뷰를 살펴보면 살뜰한 직원 덕분에 원하는 가발을 구매할 수 있었다는 후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비싼 가발들도 직접 그 느낌을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개방된 상태로 진열했다. 도난 위험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 만족이라는 생각에서다. 머리의 촉감을 직접 느껴볼 수 있기 때문에 손님들의 호응이 좋다. 비교적 고가의 가발들을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는 이유는 수요가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곳에 오면 좋은 가발, 비싼 가발이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서 사장은 “좋은 일이 있을 때 찾고 싶은 가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스팅 컴퍼니를 통해 구글에서 가발을 찾으면 미네소타 지역 내에서는 가장 먼저 검색될 수 있도록 했고 SNS에서도 헤어 위주로 소개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의류의 비중은 낮은 편이다. 오바마 티셔츠와 같이 시즌별로 잘 팔리는 유행 제품을 특정 시기에 들여놓기도 하지만, 가발 가게로서의 중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발 가격은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헤어 플러스 위그 매장의 가발에는 가격 범위에 따라 다른 색의 가격표가 붙어있다. 멀리서도 보일 수 있을 만큼 큰 글씨로 쓰여 있기 때문에 손님들은 원하는 가격대의 제품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휴먼 헤어는 흰색, 신테틱은 오렌지색 등으로 구분해 손님들은 물론 직원들도 명확하게 가발을 구분하고 안내할 수 있다.

도난 위험을 줄인 4풋 진열대

계산대에서 내려다 본 모습. 매장 끝 가발 진열대까지 보인다

특별한 장치 없이 놓여 있는 고가의 가발들의 도난 위험은 없을까? 서동선 사장은 직원들이 계산대에서 매장 가장 끝에 놓인 가발 진열대까지 볼 수 있도록 매장의 모든 진열대를 계산대보다 낮게 4풋 높이로 특별 제작했다. 시야를 트이게 해서 보다 손쉽게 통제할 수 있고 가게 곳곳에 cctv를 설치하고 이를 계산대 모니터에서 볼 수 있도록 해 도난 위험을 줄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난은 종종 발생한다. 서 사장은 “아무리 주의해도 결국 지키지 못할 때가 있다”면서 그렇지만 현재의 디스플레이를 유지할 생각이라고 했다.

밝고 깨끗한 내부, 손님들 만족도 높아

헤어가 50%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나머지 반을 채우는 물건들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깔끔한 디스플레이와 밝은 내부에 고객들의 수요를 고려한 제품들을 알차게 꾸렸다.

단골손님 만드는 비법? 할인과 친절함이 정답                           

헤어 플러스 위그만의 특별한 손님 관리 비법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서 사장은 “특별한 건 없지만 땡큐 카드를 발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명함 크기로 발행되는 이 카드는 흔히 스탬프 카드로 불리는 것이다. 5번 방문하면 다음 방문 때 5%, 10번은 10%, 12번은15%의 할인을 제공한다. 만약 손님이 컴플레인을 걸거나 직원과 마찰을 빚을 경우에는 무조건 고객의 입장을 들어주고 편의를 봐주는 편이다. 직원의 잘못이 아닐 경우도 많지만 나중에 양해를 구하더라도 일단은 손님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다. 직원들에게도 손님과의 대립은 무조건 피하고 절대 언성을 높이지 않도록 당부하고 있다.

서 사장은 “아무리 나이스하게 해도 나쁜 마음을 가지고 무조건적으로 덤비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지만 최대한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려 하고 있다”면서 “옛날에는 작은 것 하나도 손해를 안 보려고 손님하고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지만 비즈니스 오너로서 마음을 너그럽게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동네 장사이니만큼 다시는 안 볼 것처럼 했던 손님들도 결국 다시 만나게 되니 악연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서 사장의 철칙이다.

취미 삼아 하려 했던 비즈니스, 지금은 프랜차이즈가 꿈

기본에 충실한 경영 철학, 비즈니스 오너로서의 넉넉한 마인드를 가진 서동선 사장은 어떻게 뷰티서플라이 업계에 입문하게 됐을까? 90년대 초 주재원인 부모님을 따라서 뉴욕에 첫 발을 디딘 서 사장은 대학 졸업 후 무역회사에 다녔다. 타이트한 직장 생활과 만족스럽지 않은 페이로 맨해튼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았다. 이내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던 친구를 따라 건축업계로 옮겼고 일을 하다 보니 미니애폴리스가 컨스트럭션 퍼밋이 가장 많은 주라는 것을 알게 됐다. 곧 미니애폴리스로 이주했고 10년 정도 건축 일을 했다. 리만 브라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앞으로 미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가족들도 어느새 오랜 미네소타 생활에 지루해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생활의 활력소를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뷰티서플라이를 운영하다 은퇴하는 한 한인 업주의 가게를 인수했다. 취미 삼아서 가족들과 함께 일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운영하다 보니 가게가 다섯 곳으로 늘어났다. 두 곳은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벌어진 폭동 때 문을 닫았고 현재 세 곳을 운영하고 있다. 샐리처럼 큰 비즈니스로 만들고 싶을 만큼 지금은 일에 푹 빠져 있다.

폭동이 위기가 아니었던 이유

지난 2020년 5월 폭동으로 피해를 입은 헤어 플러스 위그 가게의 모습

앞서 언급한 대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두 번의 흑인 폭동 사태는 서 사장의 두 가게에 큰 피해를 입혔다. 한 곳은 불에 탔다. 가장 큰 위기였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유는 커버리지를 높여둔 보험 덕분이었다. 서동선 사장은 “처음 가게를 운영할 때만 해도 보험의 중요성은 알고 있었지만 큰 금액의 보험을 들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불에 탄 가게는 큰 보상을 받지 못했다. 이 일이 있은 후에 서 사장은 보험의 커버리지를 높였다.

그래서 두 번째 폭동 피해를 입었을 때는 첫 피해 금액까지 덮을 수 있을 만큼의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렌트를 하고 있는 매장의 경우에는 아이템에 대한 커버리지를 높였고, 소유하고 있는 커머셜 빌딩의 경우에는 건물까지 포함한 모든 것을 보장 항목에 포함해 조그만 손실까지도 완벽하게 복구할 수 있도록 했다. 서 사장은 “폭동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고 어쩌면 10년, 20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일이긴 하지만 보험 커버리지를 높여두니 항상 가게에 가지고 있던 불안감이 사라졌다”며 “보험을 잘 따져보면 커버리지를 높여도 매달 내야 하는 월 페이먼트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니 꼭 고려해 봐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진짜 위기는 경영 초기, 우울증 약까지 먹었다

서 사장의 가장 큰 위기는 두 번째 가게를 준비할 때였다. 자본은 부족하고 물건은 많이 해야 하고 경쟁업체에서 도매상에 압박을 가해 훼방을 놨다. 빌링은 계속 오고 이를 막아 나가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갖은 어려움으로 우울증이 와서 약을 먹고 버텼다. 그렇게 2년을 참아내니 가게가 조금씩 돌아가기 시작했다. 젊은 나이였기에 열정이 넘쳤고 무서운 것이 없었다. 그렇게 견뎌낸 서 사장의 가게는 점차 더 늘어났고 지금은 힘든 곳에 기부를 하고 주위에 있는 사람을 넉넉히 챙길 수 있게 됐다.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쓰고 가능성 있는 이들을 지원하는 일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이제는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았지만 그때를 떠올리면 정말 쉽지 않았다고.

가족 같은 직원들, 함께해 줘서 고마운 존재

주위 사람들을 잘 챙겨온 덕분일까, 헤어 플러스 위그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두 명의 흑인 직원과 두 명의 한인 직원이 서로 할 일을 미루지 않고 하면서도 농담을 주고받고 살뜰히 챙기는 모습이다. 서 사장은 “우리 가게에 오면 최소 5년은 일을 한다”며 “한국을 가야 하는 한인 직원들을 위해 최대 한 달까지도 휴가를 내주기도 하고 항상 어드밴티지를 주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공부를 잘하는 흑인 직원 자녀에게는 장학금도 제공했다. 다 같이 사진을 찍자는 말에 영화배우처럼 나왔으면 좋겠다는 흑인 남자 직원 역시 찡그린 표정 한 번 없이 일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서동선 사장에게 전해 들은 미네소타는 매력적인 곳이었다. 백인 인구가 90%에 육박할 만큼 흑인 인구가 많지는 않지만 소득이 적은 사람들에게 많은 베네핏을 제공해 주고 의료 복지도 좋다. 인종 차별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다른 인종들과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는 경우도 많은 듯했다. 때문에 미네소타 흑인들은 자신들의 문화뿐 아니라 백인이나 타 인종에 대한 문화적 감수성도 높은 편이다. 이 지역은 백인은 북유럽계가 가장 많고 미니애폴리스 지역 흑인들은 난민이었던 소말리아계가 대다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때문에 인종 차별이 심할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미국 본토에서 위도상으로 가장 북단이기 때문에 겨울에는 매서운 추위를 자랑하지만 파티 문화가 발달되어 있고 코미디 클럽도 활성화되어 있어서 가발 등의 수요가 꾸준히 있는 편이라고. 서 사장은 “시골인 것 같지만 미네소타는 잘 사는 지역”이라며 “앞으로 비즈니스에 대한 미래도 밝다”고 전망했다.

 

 

 

COVER STORY BY BNB Magazine
BNB 매거진 2022년 12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