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는 최상의 선택”
브루클린 Hair Link #2
정봉재, 정미옥 사장
오래된 상점들이 늘어선 뉴욕 브루클린 남쪽 메인 도로에, 빨간색 포인트 간판을 건 헤어 링크 2호점이 눈에 띈다. 가게 앞 버스정류장에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오간다. 깔끔한 외관만큼이나 잘 정돈된 가게에서 웃는 모습이 닮은 정봉재, 정미옥 사장 부부를 만났다. 성격은 정반대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여전히 서로의 장점을 좋아하고 웃음을 나누는 모습에서 쌓아온 애정과 신뢰가 느껴졌다. 24년 동안 뷰티서플라이를 함께 운영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는 부부의 사업 여정을 들어보았다.
새로운 기회와 도전
한국에서 88 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정 사장의 미국 생활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맨해튼 브로드웨이의 한인 가방 도매상에서 일을 시작했다. “뭐든 해볼 수 있겠다, 뭐든지 하면 되겠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30대 초반이었던 그는 2년간의 노력 끝에 약 3만 달러를 모아 맨해튼 다운타운에 가방 및 잡화 가게를 열었다. 시작할 때만 해도 뉴욕 맨해튼 다운타운은 사람이 많아 거리를 비집고 다닐 정도였는데, 그 시장이 다운되면서 계속되는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7년 만에 문을 닫게 되었다. “말 그대로 망했어요. 정신이 번쩍 나는 거예요. 먹고 살아야 하는데 이제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지인이 가발 일을 권유했다. 처음에는 ‘뷰티서플라이’라는 용어를 몰랐고, ‘가발’이라는 친숙한 단어만 기억해 가게를 찾아가 일을 시작했다. 할렘과 브루클린에 있는 가발 전문 매장에서 약 4년 동안 일하며 헤어에 대해 배우고 익혔다. 그리고 2000년, 다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아내와 상의하여 첫 번째 뷰티 서플라이 가게를 열었고 그로부터 몇 년 후, 지금의 헤어 링크 1호점을 인수하면서 두 개의 가게를 운영하게 되었다. 정 사장은 그 시절을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었던 시기”라고 회상한다. 밤낮으로 쉬지 않고 일하면서도 힘든 줄 모르고 지내며 집도 사고, 생활도 여유로워졌다.
헤어링크 #1 과 #2
“2016년에 처음 열었던 가게를 친구에게 팔았어요. 지금의 헤어 링크 1호점만 운영하면서 천천히 사업을 이어가고 싶었던 시기였죠.” 생활이 안정되기도 했고, 미국에 온 후 28년을 쉼 없이 달려온 그에게 안정이 필요했을 시기였다. 그런데 그 무렵 프랜차이즈 브랜드 뷰티서플라이가 헤어 링크 1호점과 5분 거리에 새로 오픈했다. “매출이 주춤했어요. 신경도 많이 쓰였고요.”
몇 년이 흘러 우연히 한인 지역 신문에서 그 가게를 판다는 광고를 봤다. 정봉재 사장은 40대부터 뉴욕뷰티협회 회장직을 했고, 협회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프랜차이즈 브랜드 뷰티서플라이와 어떤 식으로든 엮이기가 부담스러웠다. 그 상황에서 정미옥 사장이 결단을 내렸다. “어차피 다른 사람이 사도 1호점과 거리상 가까우니, 아무래도 계속 신경 쓰일 게 분명했어요. 다른 누군가가 하는 것보다 우리가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어서 남편을 강하게 설득했죠.”
2022년 11월에 프랜차이즈 브랜드 뷰티서플라이가 있던 자리를 인수했고, 그 자리에 지금의 헤어 링크2호점을 냈다. “나이가 있으니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것 자체에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정말 많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결정했습니다.” 헤어 링크 1,2를 운영하는 지금 결론적으로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하나를 운영할 때는 오더가 힘들었고 창고가 좁아 집에 쌓아두고 나르는 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체계가 잡혀 훨씬 수월하다.
아내는 매장 관리자, 남편은 아내 관리자
정 사장은 안 되는 일을 되게 하면서 추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는 절대로 그렇게 하진 않아요. 그냥 어떻게 하다 보니 물 흐르듯이 여기까지 왔어요.“ 육아, 살림 모두 완벽하게 해내야 하는 꼼꼼한 아내를 걱정한 정봉재 사장은 가게를 줄이려고 했다. 첫 번째 가게와 헤어 링크 1호점 두 곳을 운영할 때도 첫 번째 가게를 팔자고 5년을 설득할 정도였다. 당시 집과 가게 사이는 40분 정도 떨어져 있는 거리였는데, 아이들이 어릴 때라 아이들 학교에 데려다 주며 출근하고, 하교 시간에 맞춰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삶을 반복했다. 하지만 정미옥 사장은 “저는 일하는 게 재미있고 즐거워요. 그런데 정신없이 하다 보면 마음처럼 안 되고 몸이 자꾸 아프니까, 남편이 걱정해서 일을 줄이고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매장안을 함께 둘러볼 때에도 제자리에 있지 않은 상품을 바로 제자리에 놓고, 세일즈맨들의 제품 알림 문자를 수시로 확인하는 정미옥 사장의 부지런함은 여전히 건재해 보였다.
꾸준히 사랑받는 비즈니스의 비결
비결1. 트렌드를 고심한 다양한 제품
매장에서 만난 손님 Jalynn은 헤어 링크 #2에 오면 필요한 모든 물건을 찾을 수 있어 자주 방문한다고 말한다. 그만큼 헤어 링크 #2는 다채로운 상품 구색을 자랑하는 곳이다. 헤어는 물론이고 잡화, 생필품까지 넓은 스펙트럼의 제품군으로 손님 발길을 끌고 있다.
가발은 세일 상품을 별도의 섹션으로 분리해 파이널 세일까지 제공하며 다양한 컬러 제품도 세일해 손님들이 쉽게 시도해 볼 수 있도록 한다. 매장의 마진을 낮게 설정하고 오래된 제품 대신 새로운 주문을 통해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시도하고 있다. 연말에는 매장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를 개편하여 가발 섹션을 강화할 예정이다. 데이터를 철저히 분석하고 POS 시스템을 활용해 자동 주문을 진행하지만 데이터에 의존하지 않고 다시 확인 후 주문한다. 재고가 부족하거나 불필요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함이다. 브레이딩 제품은 다양한 컬러로 항상 준비되어 있으며 크로셰 제품도 새로운 것이 있으면 빠르게 주문해 재고를 채운다. 헤어 링크 #2의 운영을 담당하는 경력 25년의 김 매니저는 스탁이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제품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고 있으며 케미컬 제품의 경우 빠른 회전을 위해 2주 정도의 데이터 분석 후 진열장을 재배치한다.
매장의 잡화 섹션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모자, 가방, 계절상품 등 다양한 아이템을 늘려 고객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혔다. 과거와 달리 도매상에서 많은 물건을 사기 어려워 쥬얼리나 악세사리는 정 사장 부부가 맨해튼 브로드웨이 시장을 직접 방문해 구매를 진행한다. 2~3주에 한 번씩 방문해 트렌드를 확인하고 구입하여 손님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기본적인 제품부터 최신 제품까지 다양하게 섭렵하여 재고로 버려지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K-뷰티의 인기에 발맞춰 한국 제품을 전면에 배치했고, 고객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 추가 주문을 진행했다. 인기 있는 한국 시트 마스크, 에센스, 자외선 차단제 등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고 매장 방문의 즐거움을 더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비결 2. 고객을 향한 꾸준한 관심
헤어 링크는 이민 역사가 깊은 아이티 커뮤니티가 형성된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영어와 불어에 능통한 손님들을 위해 친숙한 제품들을 갖추고 있다. 마트 생필품 판매대에서 볼만한 제품들을 구비해 뷰티 제품을 사러 온 손님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 최근에 근처 파머시 스토어가 문을 닫아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품도 갖췄다.
가게 앞에 있는 빨간 처마는 눈에 띄는 색상으로 가게의 예쁜 외관을 강조하여 평소에는 시각적 매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비가 올 때 그 기능이 더욱 빛을 발한다. 버스를 기다리는 지역 주민들에게 비를 피할 수 있는 장소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비를 피하면서 자연스럽게 가게로 들어와 둘러보게 되고 종종 구매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작은 배려가 지역 사회에 편안함과 안전함을 만들어내어 유대감을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비결3. 진심이 담긴 직원 관리
“남편은 사람들에게 잘하는 편이에요.” 많은 부부가 처음에는 배우자의 장점을 좋아하다가도 세월이 흐르면 그것이 단점처럼 느껴져 한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정미옥 사장은 남편 정봉재 사장의 친절함과 세심함을 여전히 배울 점으로 꼽는다. 남편 정봉재 사장의 이러한 성품이 직원들과의 관계도 잘 유지할 수 있게 하고, 가게 운영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을 그만두게 되는 직원도 섭섭하지 않게 보내고 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덕에 옛 직원이 가게에 방문해 물건을 사기도 하며 긍정적인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관계 유지의 비결은 그의 작은 배려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K-드라마를 좋아하는 직원이 한국 음식을 맛보고 싶다고 지나가는 말로 했을 때, 정봉재 사장은 이를 잊지 않고 김밥과 김치볶음밥을 사다 주었다. 그의 세심한 배려를 잘 보여주는 일화로 직원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관리하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창고로 내려가는 계단 옆에 특별한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직원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무거운 상자를 들고 오르내릴 때 편하게 사용하도록 만든 것이다. 평소에는 접어 두었다가 물건을 옮길 때 사용하여 직원들의 피로를 덜기 위한 정 사장의 배려가 담겨 있다.
창고로 내려가는 계단에 설치된 구조물. 평소에는 고리로 걸어 벽에 세워두었다가 물건을 올리거나 내릴 때 계단 위로 펼쳐 사용한다. 직원들이 무거운 상자를 옮길때 드는 수고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열정은 아직 청춘이다
주변에서 은퇴 소식을 자주 접하는 요즘, 정 사장은 새삼 ‘그럴 나이가 되었구나’라고 느낀다. 출근할 수 있어서 좋고, 양쪽 매장의 매니저들이 업무를 잘 관리하고 있어 불안함 없고, 관리하기 쉬운 환경 덕분에 큰 걱정 없으니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 하지만 비즈니스에 대한 열정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미래에 어떤 변화와 기회가 있을지 모르지만, 모든 일을 혼자서 다 해야 한다는 부담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 협력하며 일을 해 나갈 계획입니다. 건강하게 즐겁게 지내면서 일을 하고 싶어요.” 뷰티 사업을 통해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고 그 인연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정봉재 사장은 “돌아보니 뷰티는 최상의 선택이었다”고 한다. 청춘 같은 열정이 그 비결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