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 ‘락다운’이 불러온 나비 효과

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 ‘락다운’이 불러온 나비 효과

 

2020년, 영국 콜린스 사전에서 선정한 ‘올해의 단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주요국의 봉쇄 조치를 의미하는 ‘락다운(lockdown; 봉쇄령)’이었다. 그런데 이 단어가, 지금 아시아 곳곳에서 다시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인도를 비롯하여 주변국으로 급속히 퍼져나가기 시작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 때문이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아시아 일부 국가는 보건 체계가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고, 급기야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에서는 대대적인 봉쇄령이 내려졌다. 하필 이들은 가발 생산기지로서 비중이 큰 나라다. 나비의 날갯짓이 날씨 변화를 일으킨다는 이론처럼, 두 나라의 락다운은 헤어 산업 전반에, 나아가 글로벌 공급망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황이다.

 

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 봉쇄 조치

인도와 국경을 길게 맞댄 방글라데시는 5월 중순부터 급격한 재확산세에 들어섰다. 6월 5일부터 봉쇄 조치를 실시했음에도 델타 변이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자, 방글라데시 정부는 7월 1일부터 강도높은 ‘전면’ 외출 금지령을 시행했다. 모든 정부와 사기업 사무실의 문을 닫고, 대중교통 운행을 중단했으며, 의약품·생필품 구입 등 필수 용무를 제외하고는 전 국민의 외출을 금지했다.
군 병력까지 동원된 엄격한 봉쇄조치는 이드(Eid) 명절(7.20~22) 기간에 잠시 완화되었으나, 이후 8월 10일까지 다시 이어졌다. 8월 11일부터는 대중교통과 차량 운행, 기업이나 상점 운영 재개 등이 허용됐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18세 이상 시민은 여전히 외출이 제한되고 있다. 8월 기준 백신 접종률이 6%도 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락다운의 지속이라 봐도 무리가 아니다.
인도네시아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 6월부터 델타 변이로 하루 확진자가 4만~5만 명을 넘나들고, 일일 사망자 또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코로나19 감염의 새로운 진앙지가 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7월 3일부터 자바섬과 발리섬에 대해 필수업종 외 100% 재택근무와 상점 영업 정지, 교통량 제한 등의  ‘비상 사회활동 제한조치(Emergency PPKM)’를 적용하고, 수마트라섬과 보르네오섬, 파푸아 등 확진자가 폭증하는 15개 도시에도 비상 조치령을 내렸다. 이후 영세업소 영업을 완화하는 내용으로 ‘4단계 사회활동 제한조치(level 4 PPKM)’를 시행했고, 4단계 PPKM은 7월 26일부터 8월 2일까지, 다시 8월 9일까지로 계속해서 연장되었다. 8월 초 기준 인도네시아의 누적 확진자 수는 350만 명이 넘고, 백신 완전 접종률은 8%로 전 세계 평균(14.8%)에 못 미치는데, 문제는 인도네시아에서 접종한 백신의 90%가 ‘물백신’ 논란을 빚었던 중국산 시노백이라는 점이다.

봉쇄 위반 단속에 나선 방글라데시 군인들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외곽의 코로나19 사망자 공동묘지

생산 기지, 활로가 막혔다

봉쇄 조치가 시행된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는 헤어 산업에 있어 글로벌 생산 기지로서의 역할을 하던 곳이다. 인조모(synthetic hair)와 인모(human hair) 가발 생산에서, 두 나라는 각각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군대까지 투입, 계엄령을 방불케 하는 강력한 락다운에도 산업시설과 공장의 운영은 허용했다. 지난 해 팬데믹으로 막심한 피해를 입은 후 조금씩 회복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상황에서, 다시 공장을 멈췄을 때 가중되는 손실과 재기의 기회마저 잃게 될 거라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대중교통이 끊겨 근로자들이 2~3km 거리를 걸어서 작업장을 찾는 상황에서 생산성 유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인도네시아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사회활동 제한조치가 내린 자바섬 중부의 ‘뿌르발링가(Purbalingga)’와 주변 지역은 특히 가발 산업이 집중된 곳이다. 수십 개의 가발 공장, 눈썹 공장, 헤어피스·익스텐션 공장들이 들어서 있고, 이들 중 70%가 한국기업이다. 지역 내에서 생산된 가발은 거의 전량 미국으로 수출된다. 인도네시아의 주요 수출공장들은 필수 사업장으로 인정받아 제한 조치에도 공장을 가동할 수 있게 됐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원자재 공급난, 인력 수급 차질 등으로 생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나날이 고공행진 중인 선박 운임 또한 수출의 벽을 높게 만든다.

 

수출 통로, 해로가 막혔다

전 세계 화물의 90%는 선박이 담당하고 있는데, 해상 컨테이너 운임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해상 운임이 치솟는 이유는 물동량 증가와 더불어 코로나19로 인해 항만 작업이 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해상 운임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7월, 사상 처음으로 4000 돌파했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1000선을 유지했지만, 이후 급격하게 상승하기 시작하여 불과 1년만에 약 4배가 치솟았고, 지금도 여전히 상승세다.

출처 : Shanghai Shipping Exchange, SCFI

운임 상승세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물동량은 계속 늘어나는데 부족한 적재 공간, 국제유가의 급등 등 해운운임 인상 요인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 대 미국 수출 현황과 전망

일단 지난 한 해(2020.8~2021.8)간 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의 미국 수출 동향은 다음과 같다. 지속적으로 늘어나던 수출량은 올해 5월을 기점으로 두 나라에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감소세로 돌아섰다.

방글라데시 & 인도네시아의 대미 수출량

*HS 코드를 통해서 인모·인조모 가발 등 헤어 제품의 수출 추이도 추적할 수 있다.

HS 6703 : 사람 머리카락(정돈ㆍ표백이나 그 밖의 가공을 한 것으로 한정), 가발이나 이와 유사한 것을 제조하기 위한 양모나 그 밖의 동물의 털이나 그 밖의 방직용 섬유 재료
HS 6704 : 가발ㆍ가수염ㆍ눈썹ㆍ속눈썹ㆍ스위치 및 이와 유사한 것ㆍ인모제품

 

방글라데시 & 인도네시아의 헤어 제품 대미 수출량

 

6월 전후로 락다운이 시행되면서 선적량은 확연히 감소했다. 두 나라는 산업시설이나 공장을 봉쇄 조치에서 제외하는 등 회복에 힘쓰고 있지만,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안정적인 생산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재확산과 봉쇄 상황은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델타 변이로 몸살을 앓는 아시아 각국이 ‘글로벌 생산 기지’의 이점을 언제 다시 회복할 지는 예측할 수 없다. 판징이 IHS마킷 싱가포르 경제부소장은 특히 아시아발(공급 문제 악화를 두고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는 나쁜 징조”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3분기는 크리스마스와 블랙프라이데이를 겨냥한 화물 운송이 시작되는 시기로, 컨테이너 운송에서는 최성수기이다. 전문가들은 물동량 증가와 선박 부족 현상이 겹쳐 컨테이너 운송 운임 상승세가 3분기 내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난관의 연속이다. 코로나19로 심각한 구인난에 시달렸던 뷰티 서플라이 점주들은 또다시 재고 확보로 비상이 걸릴 지도 모른다. 물량 확보난은 올해 말 혹은 내년까지 장기전이 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진열대를 점검하고, 제품을 충분히 확보해 두는 대비책이 필요하다.

 

Industry News BY Juyoung Sung
BNB 매거진 2021년 9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