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폭동 피해의 아픔, 함께 나누겠습니다!”

“코로나와 폭동 피해의 아픔, 함께 나누겠습니다!”

인문학도 변호사 출신 헤어회사 2세대 경영인 — Chade Fashions 김태민 사장

대학에서 철학과 역사학을 전공한 인문학도,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 된 남다른 이력의 김태민(43) 사장. 변호사 일을 그만두고, 아버지 김종구 회장이 젊음을 바쳐 일군 Chade Fashions의 수장 자리를 이어받았다. 그후 9년이 흘렀고 도전적인 경영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번 호 BNB 차세대 경영인 인터뷰를 통해, 김태민 사장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시위, 약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뷰티서플라이 소매점들의 아픔을 함께 나눌 것이라며 협력, 상생, 배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회사 경영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인간미 물씬 풍기는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인터뷰에 솔직 담백하게 털어놓았다. 가슴 따뜻한 아주 괜찮은 ‘사나이’ 김태민 사장을 만나보자.

 

철학과 역사를 전공한 인문학도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저는 1976년생 마흔 셋 미국태생으로 아직 미혼입니다. 1남1녀 중 첫째구요. 제 여동생은 채이드에서 마케팅담당 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대에서 철학과 역사를 전공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2년 동안 스포츠 매거진에서 일했습니다. 그러다 2000년 채이드에 입사했습니다. 채이드에서 일하다가 4년 후 로스쿨 (시카고 John Marshall대)에 진학했구요. 변호사가 된 뒤 로펌에서 3년을 일했습니다.

로펌에서 일하다 채이드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족과 아버지께서 제안을 하셨는데 거절할 수 없었어요. 2011년 다시 채이드에 합류했습니다.

철학과 역사학를 전공으로 선택한 게 조금 특이하네요. 소위 돈이 안되는 전공인데… 저는 원래 고교시절부터 독일 철학, 프랑스 철학, 그리고 아시아 철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대학 진학 때 자연스럽게 철학을 전공으로 선택했구요. 또 역사학을 더블 메이저로 선택한 이유는 고등학교 때는 역사과목을 대학 선수 과목으로 이수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소위 ‘문사철’ 인문학을 전공한다고 하면 한국 부모님들은 대부분 마뜩잖아 하십니다. 아버지께서는 아들의 전공 선택에 대해 뭐라고 하셨나요? 저희 아버님은 “철학은 지식을 쌓고 생각하는 법과 분석하는 방법을 기를 수 있어서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철학, 역사, 법률에 대한 공부가 회사를 경영하며 어떻게 도움이 되나요? 철학과 역사는 인간(human nature)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이 세상은 천차만별의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 하잖아요. 철학과 역사를 공부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회사 경영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 사람을 관리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또 회사에서는 법률적으로 검토해야할 일이 많습니다. 제가 변호사로서 가지고 있는 법률적인 지식도 당연히 도움이 됩니다.

 

결혼은 언제?

실례되는 질문일 수 있는데… 업계에서 김태민 사장을 아는 많은 분들이 왜 결혼을 안하고 있나 궁금해하십니다. (웃음) 현재 만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만족스럽고 행복합니다. 조만간 결혼할 거라고 생각해요. 만난지는 6년 됐습니다.

만난지 6년이나 됐다고요? 근데 왜 결혼 안하고 있나요? (웃음) 많은 이유가 있죠. 인생이 때로는 쉽지 않아요. 부모님이 반대하시는 것은 아닙니다. 더 이상은 노코멘트입니다. (웃음)

기부재단 Chade Foundation이 2019년 연말에 개최한 “Holiday Coat Drive”행사에서 지역의 불우 이웃에게 따뜻한 겨울 자켓을 나누어 주었다.


Holiday Coat Drive 행사장에서 아버지 김종구 회장(좌측)과 김태민 사장(우측)

 

아버지의 소중한 가르침

아버지 김종구 회장님은 김태민 사장님께 어떤 분이셨나요? 한마디로 ‘tough but fair’한 분이십니다. 제가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강하게 훈육하셨지만 공정하고 합리적이셨습니다. 또 “무슨 일을 하던 항상 최선을 다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Chade를 이만큼 일구신 아버지의 노고가 큰데, 어렸을 때 아버지의 고생을 알았나요? 당연하죠. 아버지는 2~3주 정도 장기 출장을 많이 다니셔서 집에 많이 없으셨습니다. 얼굴 뵙기가 힘들었어요. 매사에 열심이셨죠.

회사에 입사한 후 따로 아버지께 경영 수업을 받았나요? 그러진 않았습니다. 입사 후 다양한 경험 속에서 배워왔습니다. 회사에는 오래 일하신 분들도 많고 각 분야마다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그분들과 많이 소통했습니다. 또 공장과 소매점 등 현장을 발로 뛰며 많은 것을 습득했습니다.

아버지의 가르침 중에서 마음에 새기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첫째는 “Nothing is as good as it seems, nothing is as bad as it seems”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것도 보이는 것만큼 좋지도 않고, 보이는 것만큼 나쁘지 않다는 뜻입니다. 엄청 좋을 때도 안 좋아지는 상황을 대비해야 하고, 엄청 안 좋은 상황에서도 실망하거나 흔들리지 말아야 된다는 뜻입니다. 한마디로 리더는 어떤 상황에서도 정신적으로 안정적(stable)이어야 합니다.
둘째로, “직원들이 보고하는 것만 기대하지 말고 직접 보고 확인하고 알아 봐야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따라서 저는 공장이나 고객 등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직접 보려고 노력합니다. 직원분들을 믿지 못하는 게 아니라, 제가 상대적으로 나이도 어리고 경력도 짧으니까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안정적인 스타일…”

본인은 어떤 사람인가요? 살면서 크게 잘못한 것이 없는 걸 보면, 저는 꽤 안정적인(stable) 스타일이라고 생각해요.

모범생이었나 보네요? (웃음) 그러진 않지만 그냥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stay out of trouble) 성격인 것 같아요. 부모님께서 좋은 환경에서 잘 키워 주셔서 그런 것 같습니다.

김태민 사장과 직원 회의중

 

“시대가 변했습니다.”

채이드에 입사해서 현재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2011년에 채이드에 입사하자마자, 아버지와 직원들과 함께 중국 공장에 방문하는 여행을 했어요. 그때 처음으로 헤어 산업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게 되었어요. 중국 여행으로 자신감도 생기고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는 다짐과 책임감이 생겼습니다. 입사해서 5년 동안 경험을 쌓고 2016년에 사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요새 헤어산업이 어렵습니다. 점점 경쟁이 심해지고,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아지고 스마트해졌습니다.

어떻게 극복해 나갈 생각인가요? 비단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모든 회사들이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헤어업계는 대외적으로 새로운 경영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고, 대내적으로는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을 견지해야 합니다.

기성세대와 다른 새로운 경영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인가요? 대답은 ‘Yes and No’입니다. 1세대처럼 일을 열심히 일해야 하고 이익을 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은 기업이 지켜야할 기본입니다. 그 기본은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미 시대가 다르고 마켓상황이 급격히 변했습니다. 기본은 같겠지만 디테일에서 많이 달라져야 합니다. 특히 마케팅, customer relationship, customer service 부분에서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합니다.

 

전통 미디어 vs. SNS

달라진 마케팅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옛날에는 face-to-face 방법이 다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브랜드 파워가 그에 못지않게 중요해졌습니다. 브랜드가 더 경쟁력을 갖춰야합니다. 또 로컬(local) 수준에서 전국(nationwide) 수준으로 마케팅 포커스를 이동해야합니다. 교통과 통신기술의 발달로 더 이상 로컬에만 머물 수 없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나아가, 우리는 여전히 전통적인 미디어의 힘을 믿고 그것을 도외시하지 않아야 하지만, 현재는 인스타그램이나 유투버와 같은 소셜 미디어 마케팅에 더 많이 신경 써야 됩니다.

소셜미디어는 end user를 위한 마케팅 방법입니다. 실제로 직접 만나야 되는 소매점 대상 마케팅은 어떻게 합니까? 당연히 리테일 파트너와 협력과 소통을 하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기본입니다. 왜냐하면 소매점 점주를 최대한 많이 만나는 것이 여전히 가장 확실한 비즈니스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소매점 점주가 구독하는 BNB Magazine과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를 통한 마케팅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죠.

 

미국식 vs. 한국식?

체이드의 조직 관리 방법은 미국식인가요, 한국식인가요? 우리는 직원들이 대부분 한국 분들입니다. 일단 한국적인 스타일을 따르는 것이 맞는 것이죠. 한국 조직문화가 아랫사람이 윗사람 면전에 대놓고 잘못을 지적할 수 없는 문화이긴 합니다만, 저는 직원분들이 눈치보지 않고 더 직접적이고 솔직하게 말하는 조직 문화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은…”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흠…음…좋은 질문인데요. 딱히 후회할 일이 생각이 안나네요. (웃음)

혹시 후회할 게 너무 많아서 그러는 것 아닌가요? 그럴지도 모르죠(웃음). 저는 평탄한 삶을 살아서 그런지 딱히 크게 잘못했다거나 후회할 만한 경험을 갖고 있지 않네요.

그럼 가장 잘한 것은요? 채이드에 돌아온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할 수 있다고 생각 못했는데 이런 기회를 갖게 된 건 행운이고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가족을 책임지고, 많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내 나이 70에는…”

개인적인 비전이나 계획이 있나요? 제 아버지 나이가 되었을 때, 제 아버지처럼 주변으로부터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저 사람은 참 좋은 사람이야.’라고 사람들이 평가해주면 좋겠어요. 아버지는 주변 사람들이 ‘최선을 다해 살았고 품위 있게 늙어가는 노신사.’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미래에 내 아이들도 나를 그런 아버지로 인식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서는 좋은 일도 많이 해야 하는데…? 아버지께서는 주변에 많이 베푸시는 분입니다. 우리 회사는 기부재단(Chade Foundation)을 만들어서 매년 시카고 지역 학생 약100명에게 10만불 가량의 장학금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추수감사절에는 가난한 이웃에게 따뜻한 겨울 코트를 나누어 드리는 할러데이 코트드라이브(Holiday Coat Drive) 행사를 하고 있는데 매년 성황입니다. 그 외에도 지역의 여러 복지단체에 회사의 이윤 중 일부를 기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힘이 닿은 데까지 열심히 사회에 기여할 예정입니다.

Chade Foundation의 2019년 Scholarship Awards Ceremony

 

코로나와 시위, 약탈 “힘드신 분들과 함께하겠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에 이제는 흑인 사망 항의 시위로 업계 전체가 큰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채이드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긴 팬데믹 터널의 끝이 서서히 보이나 생각한 딱 그 시점에, 막 가게문을 다시 열고 재기에 나서신 전국의 수많은 뷰티서플라이가 약탈 피해를 당해 너무나 마음이 아픕니다. 저희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찾고 있습니다. 저희 어카운터들께 물건 대금 지불 유예 조치뿐만 아니라, 법률적 지원, 재정 상담 등도 주선하고 정부 지원을 받는 방안도 같이 찾아보겠습니다. 또 저희 회사 자선단체인 ‘채이드 파운데이션’도 올해는 어려움에 처한 뷰티서플라이에 지원할 계획을 세울 것입니다.
정말 모두들 힘든 시기입니다. 저희도 어렵고 다른 회사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일 겁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을 이기기 위해서는 모두가 힘을 합치고 서로 도와야 합니다. 저희 회사도 팬데믹으로 인해 힘든 상황이지만, 더 어려운 뷰티서플라이 소매점에게 term도 더 길게 해드리는 등 저희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지원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겠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헤어제품 트렌드는…

포스트 COVID-19 시대 헤어 트렌드는 어떻게 변할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우선 첫째 편의성이 강조될 것입니다. 살롱에 가서 머리를 다듬기보다는 집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DIY제품이 인기를 끌 것입니다. 둘째, 안티박테리아나 클린 테라피 브레이딩처럼 위생과 건강을 생각하는 기능성 제품의 인기가 더 높아질 것 같습니다. 저희 회사도 이런 트렌드를 맞춰 관련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것입니다.

 

Chade는 ‘토탈 헤어 컴퍼니!’

Chade의 주력 상품은 무엇인가요? 휴먼헤어 번들 콜렉션입니다. 크로쉐 브레이드와 봉지머리 위빙도 인기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특정 제품에 머물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쭉 모든 헤어제품을 공급하는 토탈 헤어 컴퍼니가 될 것입니다. 고퀄러티 제품을 공급하기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새로운 시장 트렌드는 어떻게 따라가나요? 시장과 소비자를 끊임없이 면밀히 관찰합니다. 또 유투버나 소셜미디어에 항상 집중하며, 유명인들이 스타일링하는 것을 보며 트렌드를 정리합니다.

 

스포츠 마니아

쉴 때 즐기는 취미는 무엇인가요? 저는 야구, 미식축구, 농구와 같은 스포츠 경기를 항상 팔로우합니다. 어릴 때부터 시카고불스, 시카고 컵스, 시카고 베어스를 응원했습니다. 음악도 많이 듣습니다. 옛날에는 드럼도 좀 쳤는데 요즘은 못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나이가 들고 시간이 많아지면 가족과 친구들과 최대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손잡고 함께 갑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지금 머리장사가 어려운 시간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뭐가 되었든 소매점 점주를 도와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길을 찾아보겠습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이렇게 힘들 때일수록 수입업자와 리테일러가 손잡고 같이 가야 합니다. 대외적인 상황이 힘들고 경쟁도 심한데 협력하지 않으면 둘 다 죽을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과 더 열심히 관계를 맺고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The Story 세일즈맨의 비전 BY SAMUEL BEOM
BNB 매거진 2020년 7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