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할까요?”

“우리 함께 할까요?”

5개 대형 매장 ‘B&P 뷰티서플라이’의 오동호 회장(64)

오동호 회장은 93년 뷰티서플라이를 처음 창업했다. 현재 테네시 멤피스에 4개, 텍사스 샌안토니오에 1개 매장 등 총 5개의 대형 뷰티서플라이를 운영하고 있다. 사업 초기인 96년 1월부터 매장 운영 전권을 매니저에게 위임해서 운영하고 있다. 봄 햇살이 느껴지는 겨울의 끝자락쯤, 성공했지만 수수해 보이는 초로의 신사 오 회장을 만나, 그의 일과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매니저가 저보다 뷰티서플라이를 더 잘 아는데요 뭘…”
“저는 매장 출입문 키를 아예 안가지고 있습니다. 출입문 보안번호도 물론 모릅니다. 매니저가 열어주지 않으면 매장 안에 들어갈 수조차 없어요.”
그는 사업체가 있는 멤피스에서 최근에 아예 조지아 애틀랜타로 거처를 옮겼다.
오 회장은 2호점을 오픈하고 반년만인 96년 1월부터 지금까지 25년 동안 한 번도 매장 운영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는 1993년에 가지는 돈 3만 불을 털고 돈을 빌려 10만 불짜리 뷰티서플라이를 오픈했다. 95년 중반에는 2호점을 오픈했다. 최근에는 여러 개의 매장을 기업형으로 운영하는 뷰티서플라이가 늘면서, 매니저 시스템이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25년 전 당시에는 그렇게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어떤 계기로 초창기 때부터 매니저 시스템을 과감하게 도입하게 되었을까?
“1996년 그 당시 제 뷰티서플라이 경력은 겨우 2년 남짓이었어요. 하지만 매니저는 뷰티서플라이 경력이 10년 된 분이었습니다. 가게에 가면 ‘잘하고 계시네요’라고 밖에 할 얘기가 없어요. 제가 있는 게 오히려 걸리적거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다 맡겨버렸지요.”

인터뷰 중 자기는 매장 키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작은 키 꾸러미를 꺼내 보여주는 오 회장

 

“일을 배워서 매니저 10명 정도가 독립했어요.”
“한번은 어떤 경력 많은 매니저가 왔는데, 그분은 물건이 도대체 어느 회사 것인지도 모르더라고요. 전에 있는 가게에서 혹시나 매니저가 배워서 독립할까 봐 물건 주문에 대해 일절 가르치지 않았더라고요. 지금도 그런 매니저 아닌 매니저가 바글바글해요.”
“근데, 그 새로 온 매니저에게 며칠 후 가게 키를 맡겼어요. 깜짝 놀라더라고요. 전에 일했던 가게는 사장님이나 사모님이 항상 문단속을 직접 했다는 거예요.”
오 회장은 자신의 가게에서 매니저가 일을 익혀서 독립하는 걸 권장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대략 10명의 매니저가 사업체를 꾸려 독립했다. 그는 매니저들에게 항상 이렇게 말하곤 한다.
“이곳에서 배우는 노하우는 모두 네 것이다. 잘 배워서 나가라!”
간혹 오 회장에게 경영에 대한 컨설팅을 해달라고 사람이 꽤 있다고 한다.
“저는 누가 되었든 제가 가지고 있는 가게 경영 방법에 대해 물어보시면 성심성의껏 알려드립니다.”

 

“10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모습이라면 사업하지 말라.”
독립해서 뷰티서플라이를 직접 차린 매니저들에게 오 회장은 이런 말을 꼭 해준다고 한다.
“10년 후에도 지금과 똑같다면 사업할 필요 없다. 그리고 나한테 배웠다고도 어디 가서 말하지 마라. 능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신의 능력에 맞게 조금씩이라도 뭔가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어, 완전히 바뀌는 데 20년이 걸린다고 했을 때, 1년에 5%씩이라도 계속 바뀌어야 한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인다.
“그런데요, 10년, 20년 되어도 하나도 변한 것 없이 똑같은 가게가 정말 많아요.”
“물론 변하지 않고 장사하는 것이 꼭 잘못됐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걸로 만족하고 행복하다면 그분들에게는 그게 정답이지요. 행복은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거니까요.”

 

“행복은 물질의 많고 적음에 있지 않다.”
오 회장은 불쑥 자신의 행복론을 펼친다.
“제가 언제 가장 부자였느냐고 하면, 나이 서른이던 1988년 단돈 200불을 들고 미국 와서, 1년 만에 5,000불을 손에 쥐었을 때입니다.”
오 회장은 그때 일주일에 6일 동안 매일 12시간씩 일했다고 한다.
“1년 일하니 5,000불이 모이더라고요. 많이 벌어서가 아니에요. 적게 벌어도 돈 쓸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죠. 매달 방 한 칸 렌트비 80불에 식비로 200불을 쓰고 살았어요. 그렇게 1년 살다 보니 5,000불이 모이더라고요. 정말 부자처럼 느껴졌어요. 2년을 아무것도 안 하고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부자처럼 느껴졌겠어요?”
그는 아직까지도 그때보다도 더 행복하고 부자가 된 적이 없다고 한다.
“부와 가난은 물질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마음에 있습니다. 지금 물질적으로는 더 풍족할지 모르지만, 그때보다 더 부자이고 더 행복하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제 경영 방식이 꼭 정답은 아니에요.”
어떤 뷰티서플라이 사장이 소문을 듣고 오 회장처럼 가게를 운영하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기꺼이 컨설팅을 해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1주일 후 연락이 왔는데, 자기는 안 되겠다고 포기하더란다.
“저의 경영 방식은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내려놓고 이런저런 손해를 감수해야만 해요. 무엇보다 어느 정도 수준의 시드 머니가 준비되기 전까지는 자기 몸을 때워서 열심히 일해야 하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합니다.”
“또 어떤 사장님은 장사가 잘되는데 돈이 안 된다는 거에요. 그 가게 가서 보니, 창고에 물건으로 가득 차 있더라고요. 돈이 생기면 이 물건 저 물건 잔뜩 주문해서 창고에 쌓아 놓는 거예요. 모든 손님을 다 독차지하고 뺏기지 않으려는 욕심 때문이지요. 자신에 맞게 적합하게 장사해야 합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어요.”

 

“완벽한 가게를 만들려고 하지말라.”
독립해서 뷰티서플라이를 차린 매니저가 “전 이 가게 절대 안 팔 겁니다.”라고 말하기에, 오 회장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자네 계속 발전할 생각 없어? 이 가게를 꾸역꾸역 안고 가겠다고? 그건 아닐세. TV 속 자연인들처럼 살 거야? 그걸 원하면 그냥 그렇게 해도 돼. 그러나 발전하려고 한다면 이 가게를 디딤돌로 삼아야 하네. 적당할 때 팔고 새로운 곳으로 옮기든지 최소한 크게라도 만들어야 하네.”
“그리고 가게를 팔더라도 완벽하게 만들어서 비싸게 팔려고 하지 말게. 사는 새 주인도 뭔가 발전시킬 수 있는 여지를 남겨야 하네. 그래야 가게도 너무 비싸지 않아서 살 사람이 있는 것이고.”

 

“능력 없는 사람도 보듬고 갑니다.”
“저는 매니저에게 ‘일은 열심히 하는데 능력이 부족하다면 내치지 말아라. 필요하면 사람 더 뽑아라.’고 합니다.
하지만, ‘역량과 능력이 있는데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그런 분은 다른 곳에 알아보라고 해라.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본인에게 적합한 다른 자리가 있을 것이다.’라고 하지요.

 

“가게 사려는 분들, 좋은 가게가 아니라 ‘좋은 가게일 수 있는’ 가게를 사세요!”
“좋은 가게? 대개 실수를 거기서 합니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 좋은 가게를 비싸게 사면 그 컨디션을 유지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실수를 안 하려고 좋은 가게를 알아보거든요. 저는 가게를 살 때 절대 좋은 가게를 사지 않아요. 좋은 가게일 수 있겠다 싶으면 삽니다. 가능성을 보는 거지요. 좋은 가게는 비싸요. 좋은 가게를 사서 매니저한테 그 좋은 가게를 유지하라고 하면 매니저가 얼마나 부담스럽겠어요?”

 

작은 가게를 키우려면 어떻게??
“예를 들어, 처음에 3만 불로 10만 불짜리 가게를 구입해서 운영한다고 하면요. 장사하며 대출 갚고 10만 불이 모이면 가게까지 총 20만 불의 시드머니가 되잖아요. 그걸로 다시 50만 불 가게를 사는 겁니다. 돈을 모아 계속 그렇게 하면 되는 겁니다. 그러러면 자신의 가게에 대한 지나친 애착을 버려야 해요. 다시 말하지만 완벽한 상태로 만들어서 처분할 생각은 안 해야 합니다. 조금 부족하다 싶을 때 팔아야 하는 겁니다. 마음을 열고 비우세요.”

 

이 비즈니스가 다음 세대까지 지속되려면?
“약간 유토피아적 생각인데…지분을 공유하는 방법으로 가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만약 100만 불짜리 사업체면 10명이 각자 10만 불씩 10% 지분을 투자하는 겁니다. 그리고 공동경영방식으로 가면 큰 사업도 할 수 있지 않겠어요?”
“앞서 말한대로 작은 가게를 키워나가듯, 공유 소유한 사업체도 점점 키워나가다 보면 지분에 따라 나중에는 큰돈을 배당받게 될 거예요.”
“2세들을 서로 자주 만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각자 지분 투자해서 큰 회사를 만들어서 비즈니스도 사고 큰 빌딩도 사고…이렇게 해서 우리 사업을 다음 세대에서 더욱 키워나가야 합니다. 저는 이미 해보려고 몇 번 시도했었고 실패를 했지만, 여전히 지금도 그게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 생각해요.”

 

뷰티션 인터뷰 BY Samuel Beom
BNB 매거진 2021년 4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