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 작은 미국,
평택 미군기지 앞 이태원 뷰티서플라이
한국에 있는 이태원 뷰티서플라이를 방문하기 위해 오산 공군기지로 향했다. 흔히 알고 있는 오산 공군기지는 실제로 평택에 위치해 있어 평택 미군기지라고도 부른다. 이태원 뷰티서플라이 역시 그곳에 자리하고 있다. 낮은 건물들과 영어로 된 간판, 미국적인 색감이 어우러진 곳에 위치해 있어 언뜻 보면 미국 본토의 뷰티서플라이와 유사하다. 하지만 이곳은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장소를 넘어 이방인이 된 미국인들에게 필요한 제품을 제공하며 한국과 미국 방식이 공존하는 공간, 그 자체로의 재미있는 특징이 있다. 어머니와 언니와 함께 한국에서 총 세 군데의 뷰티서플라이를 운영하고 있는 강유림 사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한국 속 작은 미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매장 이름이 이태원 뷰티서플라이인데, 이태원에 있는 게 아니네요?
기존에는 이태원에 있었어요. 2014년부터 용산 이태원에서 운영하다가 최종적으로 2021년에 정리했습니다. 용산 미군기지가 빠지면서 저희도 자연스럽게 평택으로 옮기고 2019년 여기 평택 국제 중앙 시장에 오프베이스 매장을 열었죠. 지금은 평택 미군기지(Camp Humphreys), 대구 미군기지(Camp Walker), 그리고 평택 오프베이스에서 운영 중입니다.
아직 젊은 나이(30대)신데, 언제부터 운영하셨어요? 이전에는 직장생활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서울에서 직장 다니면서 어머니가 운영하시던 이태원 매장에 일 있으면 돕곤 했어요. 평택으로 내려오면서 본격적으로 맡게 되었고, 그게 벌써 5년이 되었네요. 저는 결말이 정해진 직장생활보다는 지금이 더 만족스러워요(웃음).
용산 매장과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용산에 있을 때는 손님 범위가 다양했어요. 외국인 선생님도 오시고 관광객, 지방에서 오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하지만 이곳은 주로 여기에 상주하는 외국인, 대부분 군인과 그 가족들입니다. 손님 폭이 딱 정해져 있어요.
매장 이전에 대해 단골손님들이 아쉬워하지 않았나요?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이쪽으로 오기도 하고 택배로 받기도 하세요. 요즘 그런 게 잘 되어 있으니까요. 용산에서 만났을 때는 20대 시절부터 매장을 이용해 온 손님이 결혼해 아이와 함께 찾는 경우도 있고, 명절에 다른 상점들이 문을 닫으면 놀러 오는 김에 방문하기도 하세요. 개인적인 부탁도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려요. 열차 티켓팅 같은 것을 부탁하면 해주기도 하고 택시 기사님께 복잡한 설명을 부탁하는 전화가 오면 통역도 해줍니다. 자주 찾아 주시는 손님이나 많이 구매하시는 손님께는 부가적인 부분을 아낌없이 주는 편입니다. 스프레이나 젤 같은 안 써본 제품이나 새로운 제품을 써보라고 드리면, 써보니 좋았다고 재구매 하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타국에서 생활하는 손님들에게 사장님이 현지인 친구처럼 심리적으로도 의지가 되겠어요. 짓궂은 질문이지만, 힘든 손님도 있죠?
본토에 있는 뷰티서플라이도 마찬가지겠지만 저희도 온라인 마켓 때문에 어려움이 있어요. 온라인 가격 맞춰달라는 손님도 있고, 인터넷으로 많은 상품을 보니까 실물로 보고 싶은 제품들을 오더 해달라는 분들도 있어요. 어떤 건 맞춰 드리기도 하지만 무턱대고 오더 하기에 리스크가 있는 상품인 경우에는 난감하죠.
매장을 여러 층으로 이용하고 계시네요.
1층, 2층은 매장으로 꾸미고, 3층은 많이 나가는 물건 창고로 보관하고 있어요. 한국 특성 상 매장이 클 수 없잖아요. 저희는 많은 양을 주문해서 보관해야 하니까 3층을 창고로 쓰면서 따로 컨테이너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어떤 제품을 주로 취급하시나요?
남성용, 여성용, 가발, 브레이드, 번들 등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고 있어요. 여름철에는 언더웨어가 인기라 그 부분을 조금 더 넓게 구성해요. 그 외에는 디스플레이에 크게 변화를 주지 않습니다. 케미컬 제품의 경우, 미국에서는 괜찮지만 한국에서는 특정 문구나 성분 때문에 논란이 될 수 있어 조심스럽게 취급하고 있어요. 수정된 문구로 들어오는 제품들을 보고 원래 본토 제품과 살짝 다르니까 손님들이 카피 제품이냐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죠. 가발 중에는 ‘유니폼 위그’라고 해서 가장 기본 색상에 단정한 스타일의 가발이 있는데, 이 제품이 가장 많이 나갑니다. 부대 내에서 두발 자유가 허용되었어도 계급이 높은 분들이나 연세 있으신 분들은 여전히 옛날 규율을 따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매장 앞 뒤로 문이 있는 구조에 약간 놀랐어요. 절도에 취약하진 않나요?
뒷골목 쪽에 패치 가게랑 저지 가게가 있는데 저희 손님층이 많이 다니는 상점이에요. 어차피 유리라서 디스플레이가 안되기도 하고, 앞쪽은 평택 국제 중앙시장과 평택 미군 기지가 맞닿은 메인 길이라 만들었고요. 돈을 세고 있던 중 손님이 들어오기도 해요(웃음). 절도율은 일반 한국 가게 수준입니다. 높지 않아요. 다만 부대 앞이라 새벽에 군인들이 술을 마시다 주변에서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는 종종 있어요. 얼마전 저희도 일이 있긴 했는데요, 8시에 문을 닫고 아침에 오픈하면서 보니까 큰 길 쪽 전체 유리가 위에서부터 여러 곳으로 금이 나 있더라고요. CCTV를 확인해보니 새벽에 지나가던 취객이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고 옆으로 던졌는데 그게 매장의 유리에 맞아서 깨졌던 거였어요. 군에 신고하면 조사하고 잡을 수 있겠지만, 계급 강등 같은 일이 생기면 마음이 좋지 않아서 따로 보고하지 않고 넘어갔습니다.
이태원 뷰티서플라이만 갖고 있는 운영측면에서의 독특한 특징이 있을까요?
저희는 전적으로 미군 부대 스케줄에 따라 매출이 달라져요. 큰 훈련이 있을 때는 매출이 줄어들지만, 해외에 사는 군인들에는 월급 이외에 지급되는 생활비 보조금(COLA, Cost-of-Living Allowance)이 있다는 게 긍정적인 부분이에요. 전반적으로 매출이 괜찮은 편이고, 미국과 마찬가지로 명절 특히 독립기념일,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에 매출이 좋습니다.
하지만 미국에 있지 않아서 힘든 부분도 많아요. 미국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통관 때문에 제 날짜에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지금은 익숙해져서 괜찮지만 초기에는 한국 기준 원산지 표기 문제 등으로 물류창고에 갇혀 있는 경우도 생겨서 금전적 손실도 많았어요. 또 환율에 따라 몇 백만 원씩 차이가 나기 때문에 물건 구매 시 환율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환율을 기다리다가 물건을 놓칠 수 없기 때문에 적절하게 타이밍을 조절하고 있는데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라 그런 부분이 변수에요.
컨테이너, 통관과 물류비용, 환율 등 생각지 못한 비용이 많네요. 가격 책정은 어떻게 하시나요?
마진 고려해서 정하고, 온라인 가게와 비교해 몇 달러 차이가 나지 않으면 선방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제품이 입고되면 기존 제품은 할인 판매를 진행합니다.
새로운 물건은 어떻게 받으세요?
보통은 지인들의 추천으로 받기도 하지만, 알음알음 연락을 주시기도 하세요. 직접 찾아오시기도 합니다.
회사생활 했을 때와 사업 운영하시면서 달라진 점이 있으세요?
회사를 다닐 때는 내 스케줄만 신경 쓰면 되었지만, 지금은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책임도 커졌어요. 그리고 직원 고용에 어려움이 많다는 걸 깨닫고 있어요. 한국 직원을 쓰면 교육이 오래 걸려요.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한 아이템이 많아서 6개월 된 직원도 몰라서 헤매는 경우가 있어요. 어떤 손님이 나중에 오셔서 해주신 이야기인데, 한국 직원이 잘 모르겠다고 해서 그냥 돌아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다고 한국인이 아닌 직원을 고용하자니 급한 오더 처리가 미숙해요. 저희는 매거진이나 스타일리스트들이 헤어가 필요할 때 외부에서 촉박하게 연락이 오거든요. 지난번에 제가 일 때문에 부산에 가 있었는데 비싼 인모 요청이 왔어요. 직원에게 이야기해서 다 되었다 생각하고 퀵으로 보냈는데 360도가 아닌 제품을 보냈다고 연락이 왔어요. 쉽지 않습니다(웃음).
사장님께 매장 운영의 재미는 어떤 부분일까요?
한국 사람 100%를 상대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문화와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주변 사장님들과도 친하고 대부분 오래 계신 분들이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즐겁게 지내고 있어요.
부대 내 익스체인지(Exchange) 안 매장은 어때요? 특별한 규제가 있나요?
익스체인지에 수수료를 내고 운영하는 방식이에요. 담당자에 따라 조금씩 바뀌긴 하지만, 물건이나 분위기는 이곳과 비슷합니다. 특별한 규제는 없고 주로 깔끔하게 디스플레이 하라는 정도 입니다. 케미컬은 익스체인지에도 있거든요. 가격이 아무래도 저희보다 저렴할 때가 많고요. 그럴 때에는 손님께 그쪽에서 사시라고 안내해드려요.
가족과 함께 일하는 건 어떤가요?
쉽지 않죠(웃음). 어머니만의 경영 노하우가 있으시고, 중요하게 여기시는 부분이 있는데 저랑 다를 때가 종종 있어요. 그래도 어르신들이 이렇게 자리 잡아 놓으신 산업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고, 그 덕에 많이 배우고 사업하고 있으니까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따르고 있습니다.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과 성장을 통해 사업을 확장시키고 싶어요. 제품의 다양성을 확대하고, 고객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