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선과 관세 충격, 뷰티서플라이 어떻게 살아남을까?

트럼프 재선과 관세 충격,
뷰티서플라이 어떻게 살아남을까?

©CNN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이후 발표된 관세 정책은 글로벌 무역 질서를 뒤흔들며 뷰티서플라이 업계에도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2018~2019년 미・중 무역 갈등 당시 중국산 제품에 대한 높은 관세 부과로 인해 많은 헤어 회사들이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으로 생산 기지를 다변화하며 중국 의존도를 줄였다. 그러나 이번 관세 정책은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적 관세를 적용하고, 멕시코와 캐나다 수입품에 25%, 중국산 제품에는 최대 60~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향으로 전방위적인 가격 상승 압박을 가하고 있어 뷰티 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관세 부과, 뷰티 업계에 어떤 의미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마약과 불법 이민 문제를 이유로 취임 첫날부터 중국산 제품에 기존 관세에 더해 추가 10%, 멕시코와 캐나다산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지리적 이점과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의 혜택으로 인해 한동안 관세 부담을 피하려는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번 관세 정책으로 멕시코와 캐나다에 생산 거점을 둔 뷰티 브랜드들은 경쟁력 약화와 더불어 소비자 가격 상승 등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 헤어케어 제품 수입 시장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이번 정책이 뷰티 업계 전반 특히 헤어케어 분야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Country Percentage (%)
1 멕시코 Mexico 26
2 캐나다 Canada 22
3 이탈리아 Italy 10
4 독일 Germany 8
5 한국 South Korea 7

미국 내 헤어케어 제품 (HSN 3305 Code) 수출국 상위 5개국(2022~2023)

Source: Global Trade Atlas

 

모든 중국산 우회로를 차단하라, 미국의 강력한 원산지 규정

‘관세 폭탄’ 정책에 더해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원산지 규정을 강화하며 중국산 제품의 우회 수출을 차단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제3국에서 실질적인 변형이 이루어지지 않은 제품은 원산지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하고, 중국산 원재료가 포함된 제품은 최종 생산지가 어디든 중국산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러한 규정은 현재 멕시코를 통해 들어오는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등 특정 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정책을 더욱 확대하면 뷰티 업계를 포함한 다양한 산업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모든 중국산 우회 경로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며, 글로벌 공급망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뷰티서플라이, 중국 의존도 줄여도 비용 상승은 불가피하다

뷰티서플라이 회사들은 2019년 미・중무역전쟁 당시부터 이미 중국 의존도를 줄였지만 여전히 수입품의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다. 이번 관세 정책으로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생산된 제품의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10% 관세만으로도 가발 한 개의 평균 가격이$100에서 $110로 오르게 된다. 여기에 원자재 관세와 물류비 상승까지 더해지면 최종 소비자 가격은 20~30%까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내에서 제조된 제품조차 관세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실질적으로 미국에서만 생산되는 완제품은 거의 없을 뿐더러 값비싼 인건비와 부족한 생산 역량은 큰 장애물이다.

케미컬이나 화장품 카테고리에서 해외에서 제조된 특허 성분을 사용하는 뷰티 회사는 다른 곳에서 더 낮은 가격으로 동일한 성분을 대체할 수 없어 가격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헤어케어와 메이크업 제품의 주요 원재료인 코코넛 오일, 팜 오일 등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포장재와 기타 부자재의 관세로 인해 최종 제품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결과적으로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은 대체 브랜드로 눈을 돌리거나 품질이 비슷하면서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찾는 데 더 큰 노력을 쏟을 것이다. 고가 브랜드에게는 위기가 될 수 있으나, 가성비 있는 제품을 많이 취급하는 뷰티서플라이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뷰티서플라이 제품 생산국가, 각기 다른 도전과 기회

-베트남: 중국 대체의 강자지만, 감시 리스크 증가

베트남은 신테틱 헤어, 의류, 잡화 등에서 중국을 대체하는 생산 기지로 부상했다. 그러나 원재료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높아 멕시코 다음으로 중국 우회 수출 무역 감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어 일부 기업들은 미얀마와 캄보디아 등으로 생산지를 다양화하고 있다.

-인도: 윤리적 생산을 강화하며 품질로 승부

인도는 고품질 휴먼 헤어의 글로벌 최대 공급국이다. 최근 윤리적 생산을 강화하기 위해 인도 내 모든 헤어 수출자는 인도 상무부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윤리적이고 투명한 조달 과정을 내세운 인도의 헤어 제품은 관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수요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인도네시아: 저가 신테틱 헤어의 허브

인도네시아는 가격 민감도가 높은 신테틱 헤어 생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10~20%의 보편관세가 부과되면 인도네시아 제품도 가격 경쟁력에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가격 민감도가 높은 제품군에서 소비자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원재료 조달을 다변화함으로써 이러한 관세 부담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 tbsnews.net

 

-싱가포르: 동남아 지역 미국 수출의 최적의 장소

싱가포르는 ASEAN(동남아시아 연합) 국가 중 미국과 FTA를 체결한 유일한 국가로, 미국으로의 수출 시 대부분의 상품에 대해 관세가 면제된다. 특히 생산비가 저렴하고 지리적으로 근접한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된 원재료를 싱가포르에서 가공하거나 재포장해 원산지를 변경하는 전략은 관세 우회 및 물류 최적화를 가능하게 한다.

-한국: 화장품, 스킨케어에서 미국 내 입지 강화

미·중 무역 갈등 이전, 뷰티서플라이에서 색조 화장품은 주로 중국에 의존했으나 현재 K-뷰티는 스킨케어와 색조 분야에서 중국을 대체하며 미국 뷰티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가성비를 강조하는 K-뷰티는 이번 관세정책으로 가격 경쟁력이 다소 떨어질 수 있으나, 미국 내 생산 시설을 보유한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같은 ODM 업체들은 오히려 경쟁력을 확보할 기회를 얻고 있다. 이들 기업은 현지 생산과 맞춤형 제품 개발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2023년과 2024년 휴먼헤어와 신테틱헤어 미국 수입 자료를 살펴보면, 이미 헤어 업계는 중국 의존도를 크게 줄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2018년 당시 휴먼헤어(HSN 6704)는 중국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출처: volza.com

 

800달러 이하 무관세 정책 축소, 오프라인 뷰티서플라이에 새로운 기회일까?

2024년 9월, 바이든 행정부는 무역법 301조, 201조,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800달러 이하 무관세 정책(de minimis)을 대폭 축소하며, 관세 대상 수입품에 기존 면세 한도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 조치는 Shein, Temu와 같은 중국발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저가 제품으로 미국 시장을 점령하며 공정 경쟁을 왜곡하고 있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도였다. 그 결과 이러한 플랫폼들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는 오프라인 뷰티 서플라이 매장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 온라인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가발과 헤어 제품을 구매하던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의 신뢰성과 즉각적인 구매의 장점을 재발견하며 매장으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이 무관세 규칙에 대한 엄격한 제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발표는 없지만 향후 4년 동안 관련 조치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오프라인 뷰티서플라이 매장들에게 온라인 플랫폼과의 가격 격차를 줄이며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 businessinsider.com

 

관세 인상 전에 철저히 대비하라

관세 인상이 현실화되면 수입품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며 사재기로 인해 일부 제품의 품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소매점주와 헤어 회사는 재고 관리 강화를 통해 비용 상승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기회를 잡아야 한다. 다만, 지나친 사재기는 물류 비용 증가와 유통기한 초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재고 확보 시 정확한 수요 분석이 필요하다.

필수품은 관세 시행 전에 미리 확보

관세 인상이 예고되자 몇몇 기업들은 빠르게 대처에 나섰다. 일부 비즈니스는 트럼프 당선이 유력해진 순간부터 1년치 분량의 필수 품목을 대량 주문하여 물류 창고를 채우는 전략을 실행했다. 관세 인상으로 가격이 폭등하기 전에 필수 품목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요 분석을 통한 전략적 재고 관리

매출 데이터를 활용하여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을 우선적으로 확보하자. 특히 유행을 타지 않는 헤어 제품, 케미컬과 같은 주요 품목은 꾸준한 소비자 수요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매출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유통기한이 긴 제품 우선 구매

유통기한이 긴 케미컬 제품과 같이 지속적으로 판매 가능한 품목을 대량 구매하여, 관세 인상 후 발생할 수 있는 재고 부족 문제를 예방해야 한다.

 

트럼프 관세 정책에 따른 뷰티 업계의 과제와 기회

트럼프가 추진 중인 관세가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 단순히 정치적 협상 카드로 활용될지, 아니면 첫 임기처럼 특정 품목이 제외될지 아직 불확실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관세를 구실로 불필요하게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도 경고하고 있다.

2018~2019년 당시 일부 제품의 가격은 실제로 올랐지만 예상만큼 급격하지 않았다. 더불어, 코로나 팬데믹과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뷰티 업계는 생존하며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줬다.

이러한 관세 정책은 단순한 도전을 넘어 공급망 다변화와 현지 생산 강화를 요구하며 시장의 판도를 새롭게 형성할 것이다. 결국 이 변화의 흐름을 빠르게 읽고 발빠르게 대응하는 기업과 소매점만이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며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 Quartz

 

 

BUSINESS By KYOUNGHYUN HAN
BNB 매거진 2025년 1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