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가게가 장사가 잘 되는지 왜 궁금할까? 자신도 모르는 장사 심리에 대한 이야기

다른 가게가 장사가 잘 되는지 왜 궁금할까?

자신도 모르는 장사 심리에 대한 이야기

 

거의 모든 세일즈맨들은 뷰티서플라이 가게에 들어서면 가게 사장이나 매니저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는다. “다른 데는 장사가 어때요?” 혹은 “왜 이렇게 장사가 안되죠? 다른 데도 그런 가요?” 거의 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질문이다. 장사하면서 이런 질문을 왜 하는지, 또 이런 질문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세일즈맨의 입장에서 취재를 했다.

다른 가게가 장사가 잘 되는지 물어보는 사람의 99%는 한국인 사장님 및 매니저이다. 한국인을 제외한 뷰티서플라이 오너가 가끔 묻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인들만큼 그렇게 심각하게 묻지는 않는다.

남부 지역에서 2개의 가게를 운영하는 P매니저는 “저도 세일즈맨들이 방문할 때마다 항상 같은 질문을 하는 것 같아요. 다른 가게는 장사가 잘 되는데 우리만 안된다면 우리에게 문제가 있는 거니까 점검하기 위해서인데, 다른 데도 장사가 안된다고 하면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하죠(웃음). 가게에 방문하는 많은 세일즈맨들의 모든 의견을 수렴하는 건 아니지만,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것들이 분명 있기 마련이에요. 그런 이야기들은 귀 기울여 듣고 있습니다.”라고이야기했다.

같은 지역에서 다른 가게를 운영하는 L사장님은 “저희는 최근에 2만 sqft에 달하는 큰 가게를 오픈했는데요. 아무래도 주위 상황을 더 주시하게 되죠. 그래서 세일즈맨들이 하는 이야기들을 허투루 흘려듣지 않으려고 해요. 세일즈맨들이 쏠쏠한 정보를 알려주거든요. 다른 가게는 어떻게 장사하는지, 어떤 가게가 새로 오픈하는지, 폐점하는지 등등 좋은 정보를 알려주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제가 다른 가게 장사가 어떤 물어보는 다른 정보를 얻기 위한 이야기의 문을 여는 거죠. 사실 다른 가게 장사가 어떻든 간에 가게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같이 생각하는 뷰티서플라이 오너도 분명히 있지만, 가끔 과도하게 걱정하는 분들도 많다.

남부 지역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H 사장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택스 리펀 시즌인데도 장사가 너무 안 돼요. 다른 도시에서 살다가 이지역으로 삶의 터전도 옮기고 가게도 옮겼는데, 장사가 더 안 되는 것 같아서 고민이에요. 그래서 다른 가게는 장사가 잘 되는지 항상 묻게 되죠. 다른 가게는 잘 되는데 우리만 안된다면 어떤 물건이 없는지, 재고 관리에 문제가 있는지 점검해야 하니까요.” 이렇게 말하는 뷰티서플라이 오너나 매니저를 만났을때 세일즈맨은 어떻게 응대해야 할까?

동부지역에 본사를 둔 헤어 회사의 L과장은 “저도 다른 가게 장사가 어떠냐는 질문을 하도 받아서, 요즘은 그냥 다른 데도 다 안된다고 안심을 시켜드려요. 그러면 대부분 사장님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곤 합니다.”

하지만 뷰티 업계에서 20년 넘게 일해온 A사의 K전무는 다르게 말하라고 교육한다고 한다. “저희는 직원들에게 가게에 들어가서 장사 어때요?라고 묻지말라고 합니다. 손님들 대부분이 장사가 안된다고 답하기 때문이죠. 제가 헤어 업계에 20년 넘게 일해왔는데, 장사가 잘 된다고 말하는 사장님을 한 번도만난 적이 없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처음부터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면 오더를 받기 힘들어져요. 심리학적으로 인지 부조화를 이용하는 거죠. 한번 ‘NO’라고 하면, 자신의 태도를 일치시키려고 그다음 행동이나 대답도 ‘NO’라고 말할 확률이 높거든요. 그래서 장사가 잘되는지 여부를 묻지 말고 안부인사만 하고 다른 이야기를 하라고 교육합니다. 그리고 손님들이 ‘다른 가게 장사가 어떠냐?’고 물어오면, 가능하면 다른 가게는 나쁘지 않다, 요즘엔 슬로하지만 점점 장사가 잘 될 것이다,는 등 긍정적인 답변을 하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라며 색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실제로 한국인들은 관계주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러한 성향을 잘 파악하여 세일즈를 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왜 뷰티서플라이 오너들이 다른 가게 상황을 묻는지 심리학적으로 분석해 보자. 당신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많으니 그들을 생각하면서 위안을 얻으라는 조언들이 있다. 이와 비슷한 것이 ‘하향비교(downward comparison)’이다. 자신보다 더 상황이 나쁜 사람들을 떠올리며 상대적으로 위안을 얻는 것이다.이와 반대가 ‘상향 비교(upward comparison)’로 자신보다 상황이 좋은 사람들과 비교하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상향비교는 우울과 불안을 불러오는 반면하향비교는 단기적으로 정서적인 이점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흔히 남들과 비교하지 말라고 하는 말들이 상향비교에 해당된다. 하지만 하향비교 가 장기적으로 좋은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우선 상향비교가 정신 건강에 이롭지 않은 것은 많은 이들이 경험을 통해 알고 있을 것이다. 충분히 잘하고 있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주변에서 나보다 더뛰어나고 행복한 것 같은 사람을 보고 이들과 나를 비교하기 시작하면 방금 전까지 멀쩡해 보이던 내 삶이 초라해 보이고 내가 부족함이 많은 사람인 듯한박탈감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나보다 잘난 사람이 존재한다고 해서 삶이 갑자기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행복의 전체 파이가 정해져 있어서 마치 제로섬 게임처럼 누군가 나보다 행복하다고 해서 내가 그만큼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이 장사가 잘 되는 말든, 우리가게의 문제점을 돌아보고 철저하게 자신의 계획대로 장사를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중부지역 H매니저가 운영하는 가게 내외부에 있는 각종 SIGN들 (BNB매거진에서 제공하는 사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남의 장사가 잘 되는 것보다 자신의 계획대로 중부지역에서 4개 가게를 책임지고 운영하는 H매니저의 사례를 소개하려 한다. “저희도 다른 가게 상황을 알아보긴 하지만 그렇게 크게 의식하지는 않습니다. 항상 재고가 충분히 있는지 여부를 체크하고, 신제품이 나오면 가능하면 TRY 해보고, 무엇보다 가게를 깨끗하게 정리 정돈하고 있죠. 저희 주변에도 많은 가게들이 있지만 그들과 다 같이 잘 먹고 잘 사는 것도 중요하니까, 동지의식을 갖고 페어플레이 하면서 우리 가게 매출 향상에 집중을 하고 있어요.” 특히 이 가게 매니저는 BNB 매거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희 가게는 BNB 매거진의 마지막 페이지에 제공하는 SIGN활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가게에 유용한 것은 해당 SIGN을 오려서 코팅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이러한 SIGN이가게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혹시 모를 사고에 대해 최소한의 방어 장치가 될 거라고 믿기 때문이죠.”

 

중부지역 H매니저가 운영하는 가게 내부 (섹션별로 잘 정리정돈 되어 있다)

 

정리하자면, 남의 장사가 잘되는지 묻는 것은 어쩌면 심리적인 안도를 얻기 위함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한 경쟁 사회에서 다른 가게의 비즈니스 상황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계획대로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면 안정적으로 장사를 하는 길이라고 본다. 장사에왕도(王道)는 없지만, 정도(正道)는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페이스대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본다.

 

BUSINESS By JAMES CHUNG
BNB 매거진 2024년 5월호 ©bnbmag.com